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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

원화 환율 1,600원 넘을 수도

미국의 달러 강세도 원화 약세 부추겨

계엄 탄핵 국면 빨리 수습 못하면 경제 더 악화돼

한국은 원화 급락으로 달러 대비 환율이 치솟으면서 정치 불안을 우려한다. 그러나 환율은 일부에 불과하고 한국경제 자체가 심각한 불황에 빠져 있다. 경제가 불황인 상황에서 정치적 변고를 일으킨 것이기에 단순히 정치적 불안을 해소한다고 해서 경제가 개선되지는 않는다. 그만큼 현재 한국 경제는 위기에 놓여 있다.


빨리 정치적 불안을 해소하기위해 탄핵 국면을 일사천리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 새로운 행정부를 출범하는 것이 정치적 불안을 줄이는 유일한 방안이다. 탄핵을 없던 일로 하거나 시간을 늦추는 것은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모든 국민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정치적 긴장과 경제활동 지장이 장기화하면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포브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무모한 계엄 사태에 대한 비싼 대가는 한국의 5천만 국민이 시간을 두고 할부해 치르게 될 것이라고 이른바 계엄 청구서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 같은 외국의 유력 경제 평가 기관이 내놓은 전망을 한국의 언론과 행정 당국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기껏해야 외환위기 사태가 일어났던 1997년과 비교한다. 그런데 오히려 외환위기 사태보다 더 심각한 경제 불황을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환율은 내년 5월까지 1,6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내년 5월까지의 일정은 단순히 정치적 불안정을 어느 정도 순차적으로 줄여가는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계엄 상황에서 벗어난 것이 3주째가 되었지만 여전히 탄핵은 진행 중이다. 탄핵 국면은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이 나야만 종료된다. 탄핵 심판이 결정되면 대통령이 다시 복귀하거나 파면되며 이 경우 새로이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므로 대략 5월이다. 이는 큰 파장이나 걸림돌없이 순탄하게 진행되었을 때 일정이다.


여러 일정 가운데 국회에서 결정해 정부에 보내는 사안의 확정이 늦어질수록 불안은 커지고 일정은 늦춰지며 경제지표는 개인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새로운 행정부를 출범시키다고 해도 1월에 취임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손발을 맞춰야 순탄한 경제 순풍을 만날 수 있다.


트럼프와 매우 껄끄러운 인물이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 경제는 계속 어려움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 후부터 환율은 전적으로 미국의 통화 정책의 방향과 인플레이션의 영향 그리고 관세가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따라 더욱 큰 파도에 직면할 수도 있다.


심리적 환율 방어선 1,450 무너져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차 심리적 저지선인 1,400원에 이어 2차 1,450원을 뚫고 1,500원을 향하고 있다. 당국은 적극적 시장안정조치를 약속했지만, 국민연금을 통한 개입이 무색한 상황이다.


마지막 보루인 외환보유액 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 2일 1401.3원이었던 환율은 26일 1464.8원에 마감했다. 3주 동안 63.5원이 오른 것이다.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4일 새벽 환율은 1446.5원으로 치솟았다가 계엄 해제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1410.10원으로 안정세를 찾았다.


6일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좌절되면서 다시 환율이 올랐다가 14일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1430원대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19일 미국 연준(Fed)이 내년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당초 4회에서 2회로 축소하겠다고 하자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달러 강세로 환율은 다시 출렁이고 원화는 약세를 보인 것이다. 이는 장기적인 추세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원화 가치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한 달러 기조 속에 국내 정치적 불안정까지 더해지면 원화 가치는 뚝뚝 떨어져 조만간 1,500원선을 테스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5거래일 연속 장중 1,450원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1∼13일, 16∼17일 이후 처음이다. 이어 지난 24일 야간거래에서 1,460원을 넘고 이날 1,465원까지 뚫었다.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외환보유액의 심리적 저항선인 4,000억달러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말 기준 4153억달러다.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 당시 1997년 12월 204억달러까지 줄었다가 2001년 9월 1,001억달러, 2005년 2월 2,022억달러, 2011년 4월 3,072억달러 등 빠르게 늘었다. 이후 2018년 6월 4,003억달러로 처음 4,000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6년4개월 동안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2021년 4,600억달러를 넘었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4,150억달러선까지 빠진 상태다. 4,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을 털어 환율을 방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역대 1,400원대의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최고 1,995원, 2009년 글로벌 신용위기 당시 1597원, 2022년 강원 레고랜드 사태 당시 1,444원 세차례다.


당시 고환율 국면은 각각 6개월, 6개월, 2개월 지속됐다. 이번에도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1464원을 기록하면서 다음 전고점은 1597원이 되므로 이는 1,6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을 보여준다. 내년 5월까지 1,600원을 넘어선다면 내년말에는 당연히 다음 고점인 1,995원을 테스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준비해야 한다.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이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면서 달러 가치가 다시 상승하는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을 일시적으로 낮춰봐야 외화보유액만 소진되고 안정시키긴 어렵다.


외환보유액 4,150억달러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대로 내려가면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불안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의 외환 스와프 등은 환율 안정을 위한 단기적 처방으로 정치 불안정이 지속되고 트럼프 취임 이후 비우호적인 대외환경에선 한계가 있다. 외평채를 발행한다고는 하지만 투자 환경이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외평채가 환율 안정에 기여하는 정도는 크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른 시일 안에 해소하는 것이 고통의 시간이나 강도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한국의 취약한 경제 여건

높은 환율은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하는 중소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같은 대기업은 해외 생산기지가 많고 고환율 대응 능력도 어느 정도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약 90%가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대기업이나 해외로 판매하는 구조다. 고환율로 중간재 수입 비용이 올라도 대기업 납품가나 수출품 가격에 100% 반영하기 어렵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를 경우 대기업은 영업이익률이 0.29%포인트 하락하지만, 중소기업은 환율이 1%만 올라도 영업이익률이 0.36%포인트 감소한다.

물가도 해가 바뀌면서 들썩인다. 에너지와 곡물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환율은 물가에 치명적이다.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수입업체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를 더 높은 가격에 사들여야 한다.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공급물가지수는 10월의 123.47보다 0.6% 오른 124.15를 기록했다. 지난 4월 1.0%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공급물가지수 상승세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전망이다.


증시도 원화 가치 하락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자본 유출을 가속하는 요인이다. 한국이 유독 대외의존도가 높고 환율 위기에 취약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내년은 1%대로 경제성장률 하락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환율 불안 심리를 잠재우려면 대외신인도부터 끌어올려야 하는데 탄핵 정국이 수습되지 않고 계속 지연된다면 무디스의 경고대로 국가 신용 등급의 하락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탄핵 정국이 예상과 달리 길어지면서, 국가 신뢰도와 외국인 자금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러화 가치는 연방준비제도가 통화 긴축 메시지를 내놓은 뒤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나홀로 호황과 이에 따른 주가 강세로 글로벌 자금의 달러 자산 선호 현상은 가속화하는 중이다. 반면 원화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후 정치 불안이 심화하면서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요국가들이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에서 미국만 기준금리를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하면 고수익을 좇는 투자금이 미국으로 몰려들고 달러화 가치는 더욱 상승한다. 시장에서는 내년 연준의 금리 인하가 1회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원화의 하락폭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 상황은 한국의 정책 당국이나 정치권이 보는 시각과 매우 다르다. 계엄이 헌법에 명시된 국가는 선국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이는 대통령을 탄핵하고 파면하는 과정이 정치 과정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엄 그 자체가 시민권을 무시하고 군인이 모든 사회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쉽게 한국에 투자하거나 방문하기를 꺼린다.


이런 우려하는 태도가 커질수록 환율은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달러 강세는 아시아 통화의 상대적 약세를 야기하며 원화의 약세를 촉발했고, 정치적 혼란도 원화 약세에 가세했다. 다음 달 트럼프 취임 후 환율은 1,500원 넘어설 전망이다.


트럼프는 중국을 비롯한 교역 상대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이민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미국이 관세를 올리면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인플레 우려가 커지고, 이에 따라 연준은 더더욱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이는 달러 가치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분야에서의 보조금 폐지도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집권은 한국의 리더십 부재로 협상력이 약화하는 셈이다. 이는 경제성장률 하향조정이라는 원화 약세 소재로 이어질 수 있다.


계엄의 무모한 청구서가 가져올 비용은 막대하다.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탄핵 국면을 하루빨리 마무리하는 것이다. 외국의 정치 지도자나 투자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는다.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기 때문에 한국을 일시적으로 떠났다. 불안정한 정치 모습을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신뢰를 얻어야만 이들이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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