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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미 방공 군사 시설 즐비

김용일 기자

콜로라도는 미국에서 지대가 가장 높은 최고(最高)의 산악 주이다. 서부의 등뼈 로키산맥이 주의 남북을 관통하면서 고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가장 높은 엘버트산(Mount Elbert) 높이가 4,402m인데, 일본 후지산보다 훨씬 높은 4천m 이상 봉우리만 무려 54개나 된다. 이런 로키산맥 고봉들을 ‘콜로라도 포티너스(Colorado Fourteeners)’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가장 낮은 곳이 1,011m에 주 전체 해발 고도 평균이 한라산보다 더 높은 2,100m로, 실제로 고산병을 느끼는 곳이기도 하다. 주도이자 콜로라도 최대 도시인 덴버도 역시 고지대인데, 도시의 평균 고도가 1마일, 즉 1,609m를 넘나드는 바람에 ‘고도 1마일 도시(Mile High City)’로 부른다.


고도와 관련된 표지석도 곳곳에 있다. 주 의사당 계단에 해발 1마일의 마커(Marker)가 있는가 하면, 덴버에 있는 프로야구(MLB) 콜로라도로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필드(Coors Field)의 관중석 가운데 가장 높은 데크에는 보라색으로 칠해진 좌석들이 있다. 이 역시 고도 1마일을 표시하는 좌석들이다. 역시 덴버에 있는 미식 축구팀 덴버브롱코스의 홈구장도 역시 ‘마일 하이 스타디움’이다. 풋볼이나 야구 모두 희박한 공기로 인해 볼이 훨씬 멀리 날아가기 때문에 프로팀들이 이곳에서 경기할 때는 평소와는 다른 전략을 짠다는 얘기도 있다.


이렇게 ‘미국의 지붕’이라 할 수 있는 콜로라도는 두 차례에 걸쳐 미국 땅이 됐다. 1차가 동부와 중부 지역으로 1803년의 루이지애나 매입 때 편입됐고, 나머지 지역은 1848년에 멕시코로부터 할양받았을 때로 나누어진다.

넓이가 269,837km²로 한반도보다 훨씬 큰 곳이지만, 주 대부분이 온통 산투성이라서 중부 등지에서 볼 수 있는 넓은 평원이 별로 없다.


콜로라도의 이 같은 자연환경은 콜로라도의 생활과 경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산이 많기에 지하자원도 풍부해 곳곳에서 광산이 개발됐다. 금, 은, 구리에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 등 ‘영양가’ 있는 자원들은 모두 망라돼 있다. 농축산 부문의 경우 산간 지방에 널린 광활한 목초 지대가 많은 탓에 방목을 통한 육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산이 높고 물이 좋아서인지 단일 규모로는 미국 최대를 자랑하는 쿠어스 맥주 제조공장도 덴버 근처에 있다. 1870년대 대륙횡단철도가 연결되면서 개발과 함께 인구가 급증했고, 2차대전 기간 중 각종 전쟁물자용 금속과 석유 등의 주요 조달처로 큰 역할을 했다.


콜로라도 경제를 살찌우는 또 다른 ‘큰 손’이 바로 연방정부 군사시설들이다. 1958년 미국 공군사관학교가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캠퍼스를 열었고, 북아메리카 공중방어 사령부도 역시 광대한 시설과 함께 자리잡고 있다. 각종 제원의 미사일에서 핵탄두까지 고정밀도의 방위산업용 무기들이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콜로라도의 산악 지형을 활용한 수력댐들도 다수 건설돼 전력 생산이 많고, 로키산맥을 관통하는 대형 수로 터널을 이용해 8억 6,000만 평 이상의 농장 지대와 저수지에 용수를 공급하는 ‘콜로라도-빅 톰슨 프로젝트’도 가동되고 있다.


콜로라도는 미국 독립 100주년이 되는 해인 1876년 8월에 38번째 주로 미합중국에 가입했다. 식민지 전쟁이나 남북전쟁 등을 겪은 바 없이 순탄하게(?) 미국 땅이 된 탓인지 콜로라도는 이념 문제나 인종차별 같은 사회적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리버럴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콜로라도는 2008년 이후 대선에서는 항상 민주당 후보에 승리를 안겨주었고, 주지사 역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블루 스테이트’로 분류된다.


험준한 바위산을 무대로 하는 실버스터 스텔론 주연의 영화 〈클리프 행어〉의 산악 장면들이 대부분 콜로라도에서 촬영됐다. 콜로라도의 주가(州歌)도 이러한 산세를 소재로 한 존 덴버의 ‘Rocky Mountain High’이다. 영화 속의 경관처럼 산세가 험해 연중 강설량이 많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6개월에 걸쳐 눈이 내리기 때문에 미국 내 최고 수준의 스키 리조트로 유명하다.


외계인에 의해 지구가 공격당하는 상황을 그린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미국 대통령 등을 비롯한 비상 지휘부가 대피하는 곳이 있다. 인류 최후의 피난처라 할 수 있는 콜로라도 샤이엔산(Cheyenne Mountain)의 북미항공우주사령부 지하기지이다. 보통 ‘NORAD’라 불리는 곳으로 핵전쟁 발생으로 인해 지구 멸망과 같은 이른바 ‘둠스데이(Doomsday)’에 직면할 때를 대비한 지하 벙커시설이다.


1958년 미소 냉전 때 만들어진 것으로 콜로라도 스프링스 근처의 샤이엔산 화강암반 지하 610m에 6,000평 규모의 거대한 지하공간을 판 뒤, 1,319개의 초대형 스프링으로 정지 작업한 기반 위에 지하기지를 건설했다. 이런 설비로 인해 4메가톤급 핵무기가 기지를 직격하더라도 충격이 스프링에 의해 분산되면서 건물 진동이 1인치 이내로 그치게 설계해 내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NORAD는 러시아 등과 같은 적국의 핵미사일 공격을 탐지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지금은 미국에 우주방공군이 만들어지면서 관할도 우주방공사령부 예하로 편제돼 있다. NORAD는 냉전 때 최고조에 달했던 핵전쟁의 위험이 완화되는 듯하면서 존재 가치가 다소 떨어졌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다시금 신냉전이 도래하고, 러시아에 더해 중국, 북한 등과 같은 가상 적국들에 의한 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중요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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