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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복귀는 미국우선주의 2.0

홍성호 기자

집무 사무실은 상징적 이미지로 재단장

트럼프의 막강한 동반자 된 빅테크 수장들

트럼프의 두번째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출발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가운데 트럼프는 더 강하고 더 위대하고 더 존경받는 국가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취임식을 거치면서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눈에 띈 행보는 전임 대통령 바이든과 확실한 차별성을 주는 것이었다.


취임하자마자 바이든이 추진했던 정책을 무더기로 폐기하면서 국정 신뢰 대신 국정 단절을 통한 쇄신에 방점을 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쏟아낸 행정명령 중 무려 78개가 전임 조 바이든 정부의 행정조치를 철회하는 것이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승리 직후부터 예고했던 '바이든 지우기'를 취임 후 가장 먼저 취한 행동으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예고했던 대로 이른바 'ABB(Anything But Biden: 바이든만 빼고 전부 다)’가 시작된 셈이다.


첫 행보는 바이든 지우기

정권이 바뀌면 어김없이 전임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책들은 하루 아침에 휴지통으로 가는 수모를 겪는다. 다행히 재임에 성공한 대통령은 그나마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오바마케어는 여전히 폐기하기 위해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취임 첫날 대통령이 보이는 행보는 화합을 강조하면서도 어김없이 전임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강조한 정책 노선 변경에 집중했다.


바이든 전임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성정체성 존중에 관한 행정 명령을 비롯해 다수가 폐기된 가운데 트럼프는 성별 구분이 아닌 능력을 강조하면서 미국은 남과 여 두개의 성별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이 성차별 없이 의료 서비스를 누리고 주거지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과 연방기관이 성적 지향 등에 따른 차별 없이 운영돼야 한다는 내용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허용 행정 명령도 폐기했는데 사실상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기조를 되살린 조치다. 기후변화 대응 정책도 폐기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했는데, 4년 전 바이든 전 대통령이 서명한 '파리기후협약 복귀' 행정 명령을 폐기하고 자신의 1기 행정부 때 기조로 돌아갔다. 동시에 연방 정부 소유의 국유지에 대한 자원 채굴 입찰을 막고 개발제한구역을 확대한 전임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행정 명령도 폐기했다.


이 밖에 정무직 공무원 윤리 준수 서명, 연방 정부 차원의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처방약 관련 가격 인하 등이 없던 일이 되었다. 국외적으로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이스라엘 제재 등 국제 정세와 맞물려 있는 것도 휴지 조각이 됐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일주일 전 발표했던 쿠바에 대한 테러 지원국 해제 방침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불과 엿새 만에 백지화됐다. 미국의 대테러 정책도 사실상 유효기간이 6일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되면서 정책의 불확실성은 벌써 시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사형제도도 복원했다. 법 집행 인력을 살해하거나 불법 이민자가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로 유죄를 받은 경우 사형을 집행하도록 했다. 다만 이런 조치를 예상한 바이든 전 대통령이 퇴임 전 감형을 단행해 현재 연방 교도소에는 사형수 3명만 남은 상태다. 전임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일은 늘 있었지만, 그 규모나 속도 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대통령보다 능가하고 있다는 평가다.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경우, 첫 100일간 행정 조치 60건에 서명했고, 이 가운데 24건이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은 것들이다. 국경 장벽 건설 자금 지원 중단, 이슬람 국가에 대한 여행 금지 철회, 연방 기관 내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예방 접종 공급 확대 등에 관한 조치 등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피털원 아레나 실내 체육관에서 가진 취임 행사에서 미 대통령 표장이 붙은 책상에 앉아 행정 명령에 잇달아 서명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특히 서명 와중에 지지자들을 향해 이렇게 하는 걸 바이든이 상상할 수 있겠냐 면서 정책 폐기를 자화자찬하는 한편 전임 대통령을 은근히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취소 목록에는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결정을 뒤집는 개별적 이유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취임사에 담긴 내용

대통령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의 첫날 메시지는 예상대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안보와 경제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 기존 국제 질서와의 마찰은 물론 영토 확장까지 불사하겠다는 트럼프 2.0의 국정 기조가 선언적으로 강하게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아메리카’를 40차례나 언급했고 미국 이익을 모든 대내외 정책의 핵심 기준으로 삼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더 이상 다른 나라에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외교관계를 미국 우선주의 원칙에 따라 재편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유산은 분쟁을 끝내는 중재자이자 평화를 조성하기 위한 통합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대한 의지와 함께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방력 증강을 언급하면서 미국이 전쟁을 시작하지 않고 평화를 만들어 가는 것에 의해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제 분쟁에 개입을 꺼리는 동시에 미국이 모든 분쟁에 확실한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멕시코만의 이름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꿀 것이고 실질적으로 중국이 운영하고 있는 파나마운하를 되찾겠다고 밝히는 등 미국의 힘에 의한 우위 확보 의욕도 드러냈다.


이날 연설의 상당 부분은 이민, 경제, 에너지, 다양성 정책 등 국내 이슈에 할애했다. 대부분 ‘바이든 정책 지우기’와 연관된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전 대통령을 겨냥해 국내의 간단한 위기도 관리하지 못하고 해외에서의 재앙 같은 사건에 흔들리고 있다고 마지막까지 비판을 하기도 했다. 다양성 정책을 공격하면서 색깔을 따지지 않는 능력 기반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은 오늘부터 남성과 여성 두 개의 성별만 존재한다고 했다. 이번 연설은 전반적으로 절제된 언사로 자신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연상시키는 ‘위대하게’와 ‘이제’ 그리고 ‘다시’ 같은 단어를 10여차례 반복하며 재집권 의미를 강조했다. 하지만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자신의 가족 전체를 사면한 방침을 강도 높게 비판했고, 2020년 대선 결과에 대해 완전히 조작됐다고 말하는 등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백악관 집무실도 탈바꿈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도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백악관 집무실은 대통령 개인 업무는 물론, 외국 정상과의 회담, 의회 지도자들과 논의, 대국민 연설 등을 하는 장소로 대통령의 권위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개인 성향에 맞춰 집무실 인테리어를 바꿔왔고 그것을 통해 대략적인 집권 시타일과 정책 기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집무실 재단장에 대해 백악관 집무실을 좋아한다면서 전쟁이 시작되고 끝나는 곳으로, 모든 것이 여기에서 시작되고 끝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새로운 변화는 초상화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때 걸려있었던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초상화를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의 초상화로 교체했다.

잭슨 전 대통령의 새 초상화는 백악관 예술 소장품에서 가져온 것으로, 첫 임기 때 해군사관학교에서 임대해 온 초상화와는 다른 작품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잭슨 전 대통령 초상화를 걸었던 미국 대통령은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유독 잭슨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을 수차례 표명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때도 집무실에 잭슨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걸었다. 군인 출신인 잭슨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전쟁 영웅으로 인식된다. 다만 그가 시행했던 아메리카 원주민 강제 이주 정책은 후대에 가장 비판받는 요인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 기조가 잭슨 전 대통령이 시행한 강제 이주 정책과 닮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1년 취임하면서 치웠던 보수주의 정치의 상징적 인물인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흉상도 난로 옆 테이블 위치로 돌아왔다. 트럼프 1기때 집무실에 놓여있던 곳이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흉상은 집무실에 그대로 남았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들여왔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동생 로버트 F. 케네디의 흉상은 치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재임 동안 깔았던 카펫도 돌아왔다. 바이든 전 대통령때 파란색 카펫이 철거되고, 1기 때 사용했던 중립적 색상의 카펫이 다시 깔렸다.


이외에 대통령의 전용 책상인 레졸루트 데스크(결단의 책상)위에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기 위한 펜 세트와 트럼프 대통령이 다이어트 콜라를 주문할 때 사용했던 벨도 다시 설치됐다. 술을 마시지 않는 트럼프는 다이어트 콜라를 물처럼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추구하는 가치와 행정부의 정책 목표를 강조하는 예술품과 유물을 선택해 집무실을 개인적 취향에 맞게 바꾸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새로 꾸며진 집무실은 정권 교체를 상기시키는 상징이기도 하다.


빅테크 수장들 트럼프 2.0의 최대 동반자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빅테크 CEO들을 취임식에 불러 자신과 미국의 힘을 과시했다. 물론 초정장을 보낸 것이지만 수장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내고 참석을 한 것이다. 트럼프가 재임한 2017년부터 4년간 지속됐던 1기 행정부와 2025년 시작된 2기 행정부에서 빅테크 기업과 트럼프의 관계는 180도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을 멀리하거나 외면하고 비판했던 빅테크 기업들 수장들이 2기 행정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의 가장 큰 공신이 됐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빅테크의 고민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주는 해결사가 됐다. 이로써 빅테크 수장들은 트럼프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 관계로 거듭났다.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다. 1기 행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던 머스크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거액을 후원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X를 통해 그를 적극 지원했다. 차기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머스크는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일원이 됐고 막강한 실권을 가진 실세의 하나가 되었다.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표시했던 구글은 이제 트럼프 행정부가 구세주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작된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 구글은 현재 크롬 등 핵심 사업을 매각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글의 분할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어 구글은 트럼프와 밀착하지 않을 수 없다.


메타(페이스북)는 과거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차단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주커버그는 트럼프의 저택이 있는 마러-라-고를 두 차례 찾아갈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밀착하고 있다.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진보 성향으로 트럼프를 가장 많이 저격했던 그는 1기 행정부에선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의 사주인 그는 대선에 앞서 워싱턴포스트가 지지 후보를 공개하는 것을 막는 등 트럼프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우주 발사체 기업 블루오리진을 운영하는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과 빅테크 기업들의 밀착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엄청난 돈을 가진 기업 수장들이 내각 후보자와 가족들과 함께 연단에 오르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그리고 미국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비판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소송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캘리포니아주 최고 반독점 소송 집행자인 폴라 블리자드는 실리콘밸리 콘퍼런스에서 워싱턴으로 가는 비행기와 취임식 무도회 한 번으로 기술(IT) 기업 소송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 명령을 통해 틱-톡 금지법 시행을 75일간 유예해 틱-톡이 미국 내에서 계속 서비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틱-톡의 지배권과 관련한 방안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틱-톡을 중국 바이트댄스와 미국 기업이 50대50 합작법인으로 만드는 안을 제시했는데 이것이 협상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중국의 관세를 상황과 여건에 따라 조금씩 단계별로 올릴 것이라 이미 예고했기 때문에 틱-톡을 두고 중국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에 따라 관세율로 달라질 것이다.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임명됐던 인도계 사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는 이날 오하이오 주지사 출마를 위해 정부효율부를 사직했다.


그런데 라마스와미가 H-1B 비자를 두고 X에 올린 글들이 머스크와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로 인해 머스크는 라마스와미가 해당 부처를 떠나길 원했다고 한다. 취임 하루 동안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이는 앞으로 4년동안 벌어질 일들의 시작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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