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들 빠르게 러시아 교육 연구 협력 중단
고립된 러시아 대학들 폐쇄 분위기 두드러질 듯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와 협력해 왔던 러시아 대학과의 교류가 급격한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인문학과 수학 그리고 과학 분야에서 독특한 업적을 쌓아왔기 때문에 미국과 대학 협력이 매우 활발했었다. 그런데 푸틴이 주도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 세계가 모두 러시아를 비난하면서 대학 협력과 교육 교류가 급격한 냉각에 빠지게 된 것이다. 정치적 이슈와 별개로 순수한 학문적 발전을 위해 러시아 대학과의 학술 교류와 교육 성과 공유는 냉전 시대 이후 꾸준히 진행되어 왔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간 협력과 교류의 감소가 미칠 전망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서구 대학과 러시아 대학 사이에 어떤 종류의 유대가 있었나?
1991년 냉전 종식 이후 서방과 러시아의 고등 교육 기관은 수백 개의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다양한 이니셔티브에 협력해왔다.
이런 활동에는 학술 교류, 커리큘럼 개발, 공동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공동 연구 프로젝트가 포함된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 20년 동안 대학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러시아 정부는 고등 교육 시스템을 국제화하고 업데이트했다. 이것은 소비에트 전통에서 벗어나 유럽의 고등 교육 표준을 채택하는 것을 의미했다.
특히 1단계 5년제 "전문가" 학위에서 2단계 "학사-석사" 학위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이는 전형적인 서방 세계의 교육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오랫동안 독자적인 교육 체계를 고집하던 러시아가 서서히 개방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향한 열망으로 러시아 대학들은 구소련 국가 전역에 국제 분교 캠퍼스를 건설했다.
그들은 또한 러시아 학생들이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더 많은 국제 학생들을 유치했다. 러시아의 외국인 학생 수는 2004~2005 학년도에 100,900명에서 10년 후 2014~2015학년도에는 282,900명으로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러시아 대학은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와 교육 과정을 더 많이 개설했고 다양한 분야의 서양 대학과 공동 혹은 이중 학위 프로그램을 설립했다. 예를 들어, 모스크바 사회 경제 과학 학교는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와 공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제공한다.
이런 교육 관계가 만들어낸 것은?
그렇다면 교육 협력이 만들어 낸 결과는 무엇일까?
서양 학생들과 러시아 학생들은 서로의 문화, 언어, 사회에 대해 배웠다. 러시아와 서방의 과학자들은 우주 탐사, 입자 물리학, 기후 변화, 북극 그리고 기타 여러 분야의 생물 다양성과 관련된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함께 작업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러시아 당국은 교육이 "청소년을 서구적 방식으로 교육하고, 정부에 항의하는 유권자를 형성하며, 적대적인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려는 노력에 대해 우려하게 되었다. 그 후 푸틴은 국제 학술 유대에 제한을 가하면서 이를 억압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이른바 '외국인 대리인'과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에 대한 법안을 통해 서방과의 학문적 관계를 단절했다.
정부는 외국 자금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이전에 러시아에서 일했던 수십 개의 서구 싱크 탱크, 자선 단체 그리고 대학을 불법으로 간주했다. 이런 금지된 조직에는 워싱턴 DC의 초당파적 국제 문제 연구 싱크 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 (Atlantic Council)과 뉴욕 주의 사립 인문 대학인 버드 칼리지 (Bard College)가 있다. 2021년 러시아는 정부가 승인하지 않은 모든 교육 활동을 금지했다. 여기에는 외국 대학과의 협력도 포함된다.
러시아 학자들은 외국 학자들을 만나기 전에 정부에 미리 알려야 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의 경우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대학과 싱크탱크와의 공동 교육, 연구 그리고 학술 교류가 교육 협력의 주된 골자였다.
양국의 학생과 전문가들이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배움으로써 국제 문제에 대한 상호 이해를 얻는 것이 커다란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호 작용은 2022년 3월 대부분의 대학에서 공식적으로 종료되었다. 현재 우크라이나 침공이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교육 협력 위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이런 대학 협력 관계를 위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 공격을 규탄하는 일에 동참하기를 바라면서 러시아에 대한 학술 보이콧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많은 대학들이 러시아에서 학생들을 빼냈다. 그들은 또한 과학 협력을 중단하고 재정적 관계를 끊고 러시아의 기부금에 대한 조사를 강화했다.
이런 움직임은 모두 침략에 대한 전 세계적인 비난의 물결의 일부로 취해진 행동이다.
많은 학계 지도자들은 너무 빨리 움직이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했지만 일부 미국과 유럽 대학은 이미 러시아와의 관계를 완전히 동결했다.
에스토니아와 벨기에의 대학들은 공동으로 러시아와의 모든 관계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MIT 대학은 모스크바에 있는 스콜코보 과학 기술 연구소 (Skolkovo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간의 하이테크 교육과 연구 협력을 종료했다. 2010년에 시작된 파트너십은 2019년에 5년 연장을 통한 수백만 달러의 자금 조성을 통해 강화되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2018년부터 과두 정치인 빅토르 벡셀베르그 (Viktor Vekselberg)의 기금 후원을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핀란드, 폴란드, 노르웨이,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같은 많은 유럽 정부는 대학에 러시아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을 것을 요청했다.
영국은 3월 27일 러시아와 관련된 모든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수천만 파운드의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관계를 단절하는 이유와 반대하는 이유는?
지지자들은 이런 조치가 푸틴에 대한 도덕적 입장을 취하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푸틴으로 하여금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도덕적으로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들은 또한 부패와 싸우고, 스파이의 위험을 줄이고, 푸틴의 선전 기계를 차단하고, 기술 절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영국의 기술과 디지털 경제부 장관은 선량한 양심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러시아 대학과 협력할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상반되게 반대론자들은 서방이 러시아 학계를 폐쇄함으로써 러시아 학생과 학자들을 소외시키고 국제 학술 협력에 대한 나쁜 선례를 광범위하게 확산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과학적 개방성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증진하고 러시아 내부의 잘못된 정보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되며 갈등 해결을 장려한다고 주장한다. 하버드 대학교 총장인 로렌스 바코우 (Lawrence Bacow)는 학술 외교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개인이 정부의 정책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이 대학의 데이비스 러시아와 유라시아 연구 센터는 행정부가 전쟁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러시아 대학과의 관계를 중단했다.
교류 단절된 러시아 고등 교육의 영향
이런 교류가 단절된 유대 관계는 러시아의 고등 교육에 고립을 준다.
러시아와의 의사 소통 라인을 닫음으로써 서방 대학은 러시아 학생과 학계를 고립시키려는 푸틴의 노력을 무의식적으로 돕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푸틴은 다른 인구보다 더 친서구적이고 반권위주의적인 경향이 있는 젊은이와 학자에게 이제 교류가 단절된 외톨이가 되었기 때문에 희망이 없다는 것을 확신시키고 싶어한다.
러시아 연구원들은 점점 더 서구와 단절되고 러시아 과학의 미래에 대해 낙담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3월 22일 연구원들의 국제회의 참가를 금지했다.
러시아 학자들은 침략을 비난할 자유가 있나?
공포의 분위기가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
전쟁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가 매우 어렵다는 의미다. 새로운 법은 군대에 대한 의도적인 "가짜" 정보의 확산을 최대 15년형에 처벌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친서방의 쓰레기이자 배신자를 러시아에서 제거하겠다고 공언했고, 이는 심각한 국내 탄압의 발판을 마련했다.
러시아 학자들은 해고, 벌금 그리고 징역형의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는 침략을 비판할 수 없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주립 대학교는 반전 시위에 억류된 학생 13명을 퇴학 조치했다.
정부가 임명한 700명 이상의 러시아 대학 총장이 우크라이나의 "특수 군사 작전"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한 반면, 거의 8,000명의 러시아 학자들은 적대 행위를 규탄하는 공개 서한에서 전쟁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수십만 명의 러시아 자유주의 지식인과 정치적 반대파가 전쟁의 여파로 러시아를 떠났다. 이들은 정치적 박해와 징집을 두려워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가 급속히 줄어들면서 해외의 일부 대학에서는 피난처를 찾는 러시아 학자들을 위해 임시 교수 또는 연구직을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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