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 오름세는 경기 상승을 의미
새해가 시작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세계 최대 채권 시장의 급격한 매도세는 이미 금융시장 투자자들 사이에 충격파를 던졌다. 지난 한 주 동안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볼 수 없었던 5% 수준까지 올랐다.
채권 시장에서는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를 넘어서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지난 신용위기가 닥치기 직전 채권 수익률이 5%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시장은 10년물 수익률의 5% 수준에 겁을 먹는데, 이는 지난 20년 동안 지배적인 수익률에 대해 경험하지 못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5%를 넘어선 것은 2007년 중반이었고, 그 결말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07년 6월에 처음으로 5%를 넘어섰는데, 이는 대침체가 시작되기 불과 5개월 전이었다. 물론, 2025년은 2007년과 매우 다르다. 좋은 측면에서는 은행 시스템이 더 안정적이고, 나쁜 면에서는 연방 부채 수준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종종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과 같이 단순하고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숫자에 기반을 두고 경제를 분석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10년물 국채 수익률인 5%를 견뎌낼 수 있는 상황이지만, 주식시장은 경제외적인 불안 요소가 불확실성을 가져올 가능성에 대해 겁을 먹는다. 곧 이어 새 정부가 들어서고 튼튼하던 경제는 분위기를 살피면서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용 경제 지표가 발표되었을 때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여름까지 금리 인하를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신중하게 피력했다. 그 결과 S&P 500 지수는 선거 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016년 이후 최악의 1년 출발을 기록하는 등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국채 수익률 5%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기 때문이다. 10년물 수익률은 2023년 10월에 5% 문턱을 시험한 후 그해 10월 19일 4.987%로 마감한 후 연준이 차입 비용을 더 오랫동안 높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숙고하면서 빠르게 후퇴했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이 기간 증시도 폭락했고, 채권시장 매도세가 있은 지 일주일이 지나서 바닥을 쳤다. 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너무 빠르고 큰 수준으로 오르는 것에 대해 매우 불안해했다.
그러나 2023년의 매우 짧은 기간을 제외하면 지난 20년 동안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항상 5%보다 훨씬 낮았다. 이는 대침체 이후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2008년과 2014년, 2020년과 2022년 사이에 연준이 장기간의 국채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모두 주시했던 소비자물가지수 예상 밖
노동통계국(BLS)의 12월 데이터에 따르면 주요 인플레이션 지표가 7월 이후 처음으로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가스 비용을 제외한 '근원' 기준으로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했는데, 이는 11월의 월간 상승률인 0.3%에서 둔화한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 물가는 3.2% 상승했다. 12월 발표 전까지만 해도 근원 CPI는 지난 4개월 동안 연율 3.3% 상승에 머물렀다. 전년 동기 대비 근원 CPI가 물가 상승률 둔화를 보인 것은 7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지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달 말 금리 결정을 내리기 전에 고려할 최신 경제 데이터다. 보고서 발표 이후 주식시장은 랠리를 펼쳤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2bp(0.12%포인트) 하락한 4.7% 아래에서 거래되었다.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이 근원 CPI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용인해도 괜찮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예상대로 상승했다.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9% 상승했는데, 이는 11월의 연간 물가 상승률 2.7%보다 높은 것이다. 연간 증가율은 경제학자들의 예상과 일치했다. 이 지수는 전월 대비 0.4% 상승해 11월의 0.3% 상승을 앞섰고 추정치와 같았다. 연료 비용 상승과 식품 인플레이션의 지속적인 고착화와 같은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수치가 계속 상승했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주거비와 보험 그리고 의료와 같은 서비스에 대한 비용 상승으로 인해 완고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고차 가격도 11월 월간 2% 상승에 이어 12월 1.2% 상승해 3개월 연속 강력한 상승세를 보였다.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지만 연간 기준으로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아직 완전히 잡히지 않아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당히 불균등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약간의 진전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다. 여전히 연준은 인플레이션 전선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관망하고 있다. 여전히 물가지수가 변동성이 있지만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는 면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봐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다음 주에 취임하면서 전망은 더욱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트럼프가 주요 선거 공약을 이행할 경우 또 다른 인플레이션 부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관세 부과를 서서히 조금씩 상황을 보면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수입품에 대한 높은 관세, 기업에 대한 감세, 이민 억제와 같은 트럼프가 제안한 정책들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런 정책들은 중앙은행이 앞으로 금리를 어떻게 정산할 것인지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안정적인 임대료, 끈적끈적한 휘발유 가격
인플레이션 지표에서 주목할 만한 지표로는 주거용 지수가 있다. 이는 조정되지 않은 연간 기준으로 4.6% 상승해, 11월의 4.7% 상승보다 약간 낮고 2022년 1월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적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전월보다 0.3% 상승해 11월과 같았다. 끈적끈적한 주거용 인플레이션은 지난 몇 달 동안 근원 인플레이션 수치가 높아진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임대료 지수와 소유주 등가 임대료(OER) 지수는 11월부터 12월까지 각각 0.3% 상승했고, 이는 두 부문 모두 전월의 0.2% 상승에서 약간 상승한 것이다. 소유자의 등가 임대료는 주택 소유자가 동일한 부동산에 대해 지불할 가상의 임대료이다.
에너지 물가지수는 11월에 0.2% 상승한 후 전월 대비 2.6% 상승했다. 연간 기준으로 에너지 지수는 전월 3.2% 하락에 이어 0.5% 하락했다. 에너지 부문의 가스 가격은 전월 0.6% 소폭 상승 이후 12월에는 4.4% 상승하며 급등했다. 지난해 12월 식품 지수는 전년 대비 2.5% 상승했고, 식품 가격은 전월 대비 0.3% 상승해 인플레이션의 끈적한 범주임이 입증되었다. 가정식과 외식에 대한 지수는 12월에 각각 0.3% 상승했다.
특히 연간 기준으로 식료품은 2023년 10월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달걀 가격은 11월에 8.2% 상승한 데 이어 전월 대비 3.2% 더 상승하며 가장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달걀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37% 올랐다. 지난해 눈에 띄게 증가한 다른 물가지수로는 자동차 보험이 11.3%, 의료 비용은 2.8%, 교육 비용 4%, 레크리에이션 비용 1.1% 등이다.
연준의 12월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도달하는 데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예상되는 새로운 무역과 이민 정책의 위험을 언급하고 있다. 의사록에 따르면 이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연준이 향후 몇 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낮출 것으로 여전히 예상했다. 몇몇 연준 위원들은 회의록에서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일시적으로 멈췄을 수 있다고 말하거나 그럴 수 있는 위험을 언급하기도 했다.
높아진 인플레이션 우려는 지난 12월 연준 관리들이 2025년 금리 인하 추정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낮춘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가는 2024년에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았다가 다시 하락했기 때문에 2025년 1분기 후반에 전년 대비 비교에서 새로운 개선 징후를 보일 수 있다. 일부 연준 이사들은 물가가 지나치게 끈적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초기에 일부 혼선이나 불확실성이 생기면 경기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는 금리 동결 조차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금리 인하 기조를 되도록 유지하려는 성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으로 참여하는 제프 슈미트 캔자스시티 연준 총재는 경제가 제약이나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지점에 가까워졌고 금융정책은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금리를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것에 찬성한다면서, 경제의 강세는 연준이 인내심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투표권을 가진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준 총재도 점진적 접근을 촉구했다. 정책이 이미 보다 중립적인 입장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불확실성은 정책 결정에 대한 점진적이고 인내심 있는 접근을 요구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가 지표는 채권 시장을 일단 안심시키는데 성공했다. 여전히 금리를 인하를 가능성이 있고 이는 채권 시장의 두려운 저지선인 5%에서 물러나게 해주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시작이 다음주로 다가오고 새로운 정책이 경기와 물가 전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장은 감안하고 있다. 연준이 2025년에 첫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고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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