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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교 기자

전쟁 길어지는 이유, 러시아의 착각 때문

러시아는 서방이 전쟁에 무관할 것으로 여겨

중국이 러시아를 도와줄 것으로 생각


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우크라이나의 강해진 군사 공격은 러시아의 침공이 어떻게 끝날지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었다.


급기야 러시아는 징집령을 내렸고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을 엄포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게 하지는 않는다. 러시아가 6개월 동안 얻은 것보다 더 많은 영토를 우크라이나가 2주 만에 탈환함에 따라 러시아는 당황한 모습이고 러시아 시민들은 오히려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쟁터에서 전세가 역전된 것에 대한 러시아의 충격은 놀랄 일이 아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전쟁이 시작된 지 7개월 동안 전쟁과 세계 상황에 대한 상당한 환상에 빠져있었다. 독재와 민주주의의 요소가 혼합된 정권에서는 일반적으로 영토 정복을 쉽게 만드는 이기적인 민족주의가 나타난다.


이것은 러시아에 특히 강력하다. 제재, 비자 제한 그리고 자발적인 차단으로 러시아와 서방 간의 대부분의 교류가 단절되었다. 고위급 접촉은 최소화되었다. 약 1,000개의 다국적 기업이 러시아 사업을 철수하거나 폐쇄했다. 유사하게, 거의 모든 학문적 파트너십 역시 서구 대학들에 의해 단절되었다. 러시아 내에서 전쟁에 대한 반대는 무자비하게 진압되었고 어떤 면에서 새로운 철의 장막은 냉전 기간만큼 뚫을 수 없게 꽉 막았다.


러시아 시민 사회의 전쟁에 대한 시각은 불평, 반항, 부인, 수용, 불길한 예감, 미래에 대한 희망이 뒤섞여 있다.

러시아의 지식 사회에서는 향후 몇 년 동안 직면하게 될 몇 가지 어려움에 대한 인식이 생겨났다.


예를 들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서방에 대한 “문화 취소 (cancel culture: 일반적인 사회 현상에 대해 반대로 지향하는 것)” 주장을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게 수용했다. 그리고 전쟁 첫 달에 나타난 유럽 사회의 전쟁 반대를 모든 러시아 예술과 문화를 검열하려는 것처럼 받아들였다. 그러나 전쟁이 진행됨에 따라 우크라이나 침공의 위험을 경시하고 러시아의 현재와 미래 전략적 상황에 대한 장밋빛 비전을 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즉 러시아가 전쟁에서 이길 것이고 무난히 러시아에 흡수되면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유럽의 일원으로 지내게 될 것이란 낙관이다. 그러나 이런 낙관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게 만든 이유라는 것을 러시아는 잊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러시아 사회

러시아 사람들은 현실과 더 동떨어져 있다.

러시아 엘리트들이 세계 정치의 미래에 대해 가진 사고는 편견이 들어 있다.

우선 서구는 약하고 무가치하다는 시각이 아직도 퍼져 있다. 러시아 측에 널리 퍼진 생각은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러시아는 전쟁을 일으킨 것에 대한 보복 조치로 경제 제재를 받고 있으나 러시아 루블화는 오히려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러시아 지식인들은 푸틴이 서방 세계가 내부 불화와 전쟁에 대한 피로도 증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푸틴이 전쟁을 더 강화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하고 징집령을 내린 것도 서방 세계의 전쟁에 대한 피로도를 높여 우크라이나의 지원을 끊으려는 의도가 크다.


러시아가 유럽연합에 대해 원유와 가스 그리고 농산물의 제공을 제재함에 따라 러시아가 겪는 경제 제재보다 더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고 러시아 관료들은 여긴다. 실제로 서구에서 어려움에 대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때때로 NATO 내부의 불화가 고조되거나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미국 내부의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뉴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푸틴은 사실 전쟁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서방 사회보다 조바심이 적은 편이다. 미국은 특히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연료 가격이 높게 유지되면 전쟁에 대한 관심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갈수록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뺏긴 영토를 되찾아 오고 있다.


의심의 여지없이, 서구는 불안정으로 인해 휘청거렸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7개월 만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사임했고,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사임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정당이 과반 의석을 잃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정당이 중간 선거에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NATO가 우크라이나에 처음으로 연대를 표시한 것에 푸틴은 놀랐다.


그러나 서방의 결의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도와준 한 가지 힘이 있다. 바로 러시아다.

러시아의 악랄한 전쟁 행태는 서방측의 동요를 막는 가장 확실한 요인이됐다. 전장에서 보고된 전쟁 범죄는 외부 관찰자들에게 러시아의 호전성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켜준다.


주요 도시인 르키프, 키이우, 오데사에 대한 무차별적인 미사일 공격은 러시아의 야망을 성취하려는 수단이 비열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전쟁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푸틴은 서방을 화나게 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의 행동을 강화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이는 러시아인에 대한 집단 학살을 긍정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많은 동원령으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소련 연방에 대한 향수

러시아 당국자의 선전에는 우크라이나가 국가 주권을 잃고 세계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를 포함해 유럽 국경을 다시 그리는 것에 대한 선동으로 가득하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자신을 표트르 대제에 비유하면서 러시아의 것을 돌려주는 것도 운명이라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에 반대하는 서방의 확고한 지지를 보여주고 있다. 9월 조사에서 독일인의 70%는 에너지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데 찬성했다. 미국인의 72%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무기와 군수품을 추가로 제공하는 것을 지지했다. 또한 58%는 미국은 시간이 걸리는 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그런데 러시아의 선전 내용은 선출된 지도자가 국가 안보를 관리할 때 갖는 자율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직의 강점은 5년 임기의 재선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이 의회의 통제와 상관없이 프랑스 외교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신임 수상 엘리자베스 트루스 (Elizabeth Truss)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국의 지원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선거 결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적어도 2025년 1월까지 외교 정책을 담당한다. 러시아가 서방보다 오래 지속되는 것에 대해서는 말이 있지만 러시아가 3년 전쟁을 할 수 있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2025년까지 세계 상품 시장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적응할 것이며 유럽은 러시아 에너지와 러시아 경제 레버리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러시아 측에서도 러시아와 유럽 간의 에너지 연결이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물론 상황은 바뀔 수 있는데 혹독한 겨울, 일부 전쟁터 반전, 러시아 정부 내부의 더 큰 소동이 서구의 결의를 흔들 수 있다.


중국이 러시아를 구한다는 착각

한편, 러시아의 민간 경제는 제재로 인한 지속적인 질식에 직면하게 된다. 러시아의 입장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의 생명줄이 될 전망이다. 경제 경쟁력과 기술 변화에 대해 러시아인들은 항상 수사적인 발언을 해왔다. 서방의 제재가 강해지더라도 중국이 러시아의 "흑기사"가 될 수 있다.


러시아는 중국이 제재로 인한 단기적 타격을 보상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모스크바와 베이징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과 천연자원의 무역이 활발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러시아가 양국 간 기술 협력의 제동 역할을 해왔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협력하면 미국도 막기가 힘들 것이라 보고 러시아는 생각한다. 오랫동안 미국은 쇠퇴했고 앞으로 10년이 러시아에게 기회가 된다고 여긴다.


러시아 엘리트들이 이렇게 믿는 데에는 몇 가지 타당한 이유가 있다. 첨단 기술에 대한 중국의 기량은 다소 과장될 수 있지만 중국은 기술 강국이 분명하다. 그리고 침공 직전 러시아와 중국은 양국의 우정에는 한계가 없고 협력의 '금지된 분야도 없다는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팬데믹 이후 첫 해외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전쟁이 진행됨에 따라 러시아와 중국의 우정에 대한 몇 가지 어려운 한계도 드러났다.


중국은 유엔에서 약간의 수사학적 지원만을 제공했다.

중국은 또한 10년 전 이란이 서방의 제재에 직면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늘렸다.


그러나 러시아의 대포와 기타 군사 장비의 재고가 바닥을 치자 중국 기업들은 침공 이후 부과된 미국의 제재를 무시하고 있다. 물론 일부 중국 기업은 러시아와의 거래로 제재를 받았지만 예외일 뿐 원칙은 아니었다. 중국은 러시아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지는 않고 있다.


중국이 조직적으로 회피를 해온 듯 러시아에 군사 장비를 제공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마침내 우즈베키스탄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푸틴에게 전쟁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의 관점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중국이 대만에 대한 태도를 오버랩 시켰다. 중국은 러시아를 동맹국으로 유지하는 데 분명한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과의 경제적 관계는 러시아와의 경제적 관계를 왜소하게 만든다.


중국과 미국의 경제적 디커플링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서방 수출은 작년에 기록적인 수준으로 급증했다.

중국은 강대국 이웃을 방해하는 데 관심이 없으나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위치를 혼란에 빠뜨리는 데 관심이 높다. 사실 중국은 다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 우선이다.


그리고 러시아가 중국을 생명줄로 의지할수록 중국을 자주적 강대국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강대국의 지위 못지않게 세계적인 명성을 원한다. 중국에 점점 더 의존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선 기술 가지고 있다는 착각

푸틴조차도 즉각적인 고통을 인정한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는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한 제재다.

러시아 소비재가 1990년대 수준의 기술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점도 인정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군사 하드웨어와 운송 인프라와 같은 중요한 전략적 부문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이 있다고 확신한다.


기술 혁신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러시아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확신한다. 러시아에 대한 첨단 서방의 수출 제한이 이미 러시아 인공지능 (AI) 부문에 고통을 가하고 있다고 결론 내린다. 다시 말해서 러시아가 갑자기 이 신기술에 대한 서구의 투자를 능가할 가능성은 제로다.


전쟁 시작 이후 수만 명의 러시아 IT 인력이 떠나면서 러시아가 보조를 맞추기가 훨씬 더 어려워지고 있다. 민간 기술과 군사 기술 사이의 벽이 냉전 시대보다 지금 더 심각하다.


스마트폰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동일한 컴퓨터 칩이 최첨단 군용 하드웨어에도 필요하다.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제한된 범위에서만 가능하다. 러시아가 전쟁에 더 집착할수록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러시아에 더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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