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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교 기자

갭이어, 과연 좋은 대안인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학 강의가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대학에 가길 머뭇거리는 학생이 많아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대학을 갈 계획이었지만 갭이어 기간을 갖거나 아예 대학을 가지 않기로 결정하는 학생이 많아진 것이다.


왜 갭이어를 선택할까?

현장에서 일하는 교육자들은 실제로 갭이어나 대학 포기를 고려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챈틸리 고등학교에서 ESOL 수업을 담당하는 조이스 강 교사는 “ESOL 학생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예전에 비하면 대학 외에 다른 옵션을 많이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에도 대학교 신입생이 조금씩 줄어들었다고 하는데 팬데믹으로 추세가 가속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존 챔프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피터 김 교사도 “갭이어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걸 고려하는 학생이 전보다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안적인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갭이어를 선택하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강 교사는 “코로나19로 우울증과 불안증을 호소하는 아이가 굉장히 많아졌다”며 “정신적 요양을 위해 쉬면서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아이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지금 인플레이션이 심각하지 않으냐”며 “물가가 정상화되거나 등록금이 인하될 때까지 갭이어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적인 안정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대학을 미루기도 한다는 것이다.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할 시간을 가지려는 것이 동기인 경우도 있다.

강 교사는 “아직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거나 가려는 분야가 너무 폭넓어서 걱정이라면 무급 인턴이라도 경험해보면 굉장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도 “추가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확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잠시 쉬면서 나에게 맞는 게 뭔지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서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해서 1년 정도 쉬면서 시험 점수나 성적 외에 경력을 보강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즉 오히려 대학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갭이어를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갭이어를 다녀온 대학생이 여타 동급생보다 우수한 성적을 받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을 정도다.


갭이어처럼 대학을 1년 늦게 가는 게 아니라, 아예 대학을 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강 교사는 “옛날에는 뭔가를 배우기 위해 대학에 갔다”며 “하지만 요즘엔 유튜브 등 지식을 얻을 곳이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로 사회에 진출하거나, 기술 학교로 가거나, 대학을 온라인으로 수료하는 등 전보다 옵션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대학 교육 없이도 커리어를 쌓을 수 있어 대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는 것이다.


갭이어 가면 뭘 하나

갭이어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강 교사는 “요즘에는 맞춤형 프로그램도 있더라”라며 “외국을 가거나, 일하면서 야간 수업을 듣거나, 커리어 경험을 미리 쌓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하는 전공도 확실하지 않은데 무작정 대학에 가는 것보다 도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에 입학할 때 희망 전공이나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미국 대학생의 최소 20%가 자유 전공(undecided)으로 입학하고, 75%가 최소 1번 전공을 바꾼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강 교사는 자신의 지인의 아들도 코로나19가 터지고서 갭이어를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 정부의 프로그램에 신청해서 타이완에 어학연수를 다녀왔다”며 “국제학을 전공하려는 친구였기 때문에 매우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에서 갭이어를 허용하는 걸 넘어 장려하는 곳도 있으니 합격증을 미리 받고 갭이어 동안 어학연수나 일을 하는 게 참 좋은 방법 같다”고 말했다. 다만 계획 없이 무작정 갭이어를 가지는 건 조심스럽다고 경고했다.


강 교사는 “아무 계획도 하지 않고 평소에 목표에 집중하는 습관이 없는 학생이라면 시간을 낭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사전 조사도 많이 하고 갭이어가 끝나면 뭘 할 건지 틀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무 계획 없이 쉬는 경우 습관이 잡혀 있지 않은 학생은 다시 학교 생활로 돌아가기 더 힘들어진다”고 부연했다.

갭이어는 놀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자기 개발을 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아예 진학하지 않기도

교사들은 고등학생들이 바로 대학 진학 여부를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 교사는 “12학년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인생이 달린 큰 결정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사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정해진 대로만 살다가 18살에 갑자기 남은 인생 전체를 어떻게 살지 결정하라고 한다”며 “수만 달러가 드는 대학을 갈지 말지 선택하라고 하기엔 가혹한 나이”라고 탄식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학부모는 즉각적인 대학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김 교사는 DMV 지역의 한인 가정은 특히 그럴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내가 일하는 라우든 카운티는 부유하고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는 게 당연시되고 갭이어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인들 중에 치열한 교육열을 가진 사람이 꽤 있지 않으냐”며 “자꾸 친구들보다 앞서가라고만 가르치면 오히려 자신감과 책임감은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교사는 “부모들은 아직 대학을 갔으면 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며 “그런데 목표가 명확하고 습관이 잘 잡혀 있으며 계획을 잘 세우는 아이들이라면 대학을 가든 안 가든 상관 없이 잘 해나간다”고 말했다.

대학에 가야만 성공적인 삶을 산다는 건 편견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학에 가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없는 건 아니다.


김 교사는 “화학 엔지니어나 석유 시추,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고 싶으면 고등학교 졸업만으론 불충분하다”며 “학위가 필요한 직군이 많기 때문에 대학의 가치는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사는 “캠퍼스 생활하면서 거기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있다”며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를 구성해보기도 하고, 인맥도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온라인 대학을 나온 분들을 보면 다는 아니지만 캠퍼스 생활을 한 분들에 비해 인간관계 스킬 등이 부족한 분들이 있다”면서도 “물론 대학교를 곧바로 간 분들은 프로페셔널함이 부족할 수 있으니 어느 쪽이 낫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단서를 달았다.


코로나19로 갭이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예전에는 갭이어를 가지는 학생이 소수였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장려하는 대학도 있다. 갭이어 기간 동안 미리 어학연수나 인턴십을 통해 쌓아 진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아예 대학을 가지 않고 다른 루트를 밟아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대학은 분명 여전히 가치 있는 기관이지만, 목표 의식이 뚜렷한 학생이라면 다른 길도 얼마든지 고려할 만한 것이다. 철저한 사전 조사와 계획 수립으로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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