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뛰니 디지털 골드에 투자?
- 홍성호 기자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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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담보증권이 채권 행세해 망한 사례처럼
디지털 골드로 포장된 비트코인 위험 커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비트코인도 같은 행보를 보이자 ‘아날로그 금’과 ‘디지털 골드’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디지털 골드라는 표현에는 세심히 들여다봐야 할 요소들이 있다. 미국 정부 폐쇄가 2주 차에 접어들면서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이 안전한 투자처를 물색하면서 금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귀금속 가격은 올해 55% 이상 상승했는데, 시장 분석가들은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방어력에만 집중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올해 주식 시장은 전반적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금은 여전히 슈퍼스타였다.
전통적으로 투자자들은 시장이 침체되어 보일 때, 보다 희망적인 투자처에 투자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투자 위험을 분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특히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해져서 거품이 언젠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진 현상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지만 주식 시장에서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할 때 금 매입이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정부 폐쇄 이전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금값은 급등했다. 최근에는 금리 인하로 이자가 붙는 투자 상품의 수익률 하락이 금값의 매력을 더욱 부추겼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다른 귀금속들도 가치가 상승했다. 은 선물은 1월 이후 65% 이상 상승해 유럽 시장에서 온스당 50달러를 돌파했다.
금 가격 상승의 원인
최근 경제 혼란의 상당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에서 비롯되었다.
2025년 초부터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상품에 부과된 높은 관세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을 줘 비용을 상승시키고 고용 시장을 약화시켰다.
비용 상승과 불확실한 전망으로 인해 고용이 급감했고,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표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워싱턴의 정부 폐쇄는 이런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주요 경제 지표 발표가 중단되면서 투자자들은 경제의 실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금값 상승의 원인은 미국 달러화 약세 지속과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재개로 설명할 수 있다.
지난달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는데, 올해 두 차례 더 인하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값은 더욱 폭등하고 있다. 금은 미국 달러로 가격이 책정된다. 즉,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외국인 매수자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해진다.
귀금속 가격의 기록적인 급등세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금값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했다. 이로써 금값은 올해 들어 52% 상승했고, 1979년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과열된 인플레이션으로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탈이 촉발되었다.
올해 금값 상승을 견인한 요인으로는 경제적 불확실성, 인플레이션 우려, 달러 약세 등이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금값 상승세가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금값 상승세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골드만 전략가들은 최근 금 가격 목표를 2026년 12월까지 온스당 4,9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중앙은행의 강력한 매수세, 금 ETF 자금 유입, 그리고 금 투자자들의 투기적 포지션이 정상화되는 등의 요인 덕분에 내년 말까지 금 가격이 20% 상승할 것임을 의미한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2025년 평균 80톤, 2026년 평균 70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많은 신흥시장 중앙은행들이 보유 자산을 금으로 다각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한편, 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서방의 금 ETF 자금 유입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략가들은 자금 유입, 즉 서방의 ETF 자금 유입과 중앙은행의 매수 가능성은 가격 결정 체계에 반영되어 있다고 밝혔다. 금 가격이 내년에 3,600달러에서 4,400달러 사이로 거래될 수 있다고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예상했다. 이는 금이 은행의 거래 범위 상단에 도달할 경우 현재 수준에서 최대 8%까지 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내년에 금값이 다소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연준의 독립성 그리고 미국 재정 전망에 대한 우려 등의 요인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금 가격이 온스당 4,000달러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공급 증가와 실물 수요 감소가 2026년으로 접어들면서 금값 상승세에 부담을 주고 다소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
이후 미국 달러화 강세와 미국과 여러 국가의 정치적 변화로 인한 하락 압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값은 단기적으로 그리고 2026년 상반기까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2026년 하반기에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결과적으로 금의 평균 가격이 2026년에 약간 하락해 3,950달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2027년에는 3,600달러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 골드’라고 주장하는 비트코인의 실체
비트코인은 현재 거의 14만 달러에 육박하며, 전체 시장은 약 3조 달러에 달한다. 비트코인 투자를 장려하는 일반적인 주장은 비트코인을 금에 비유하는 것이다.
금이란 오랜 세월 검증된 가치 저장 수단이자 상당한 투자 수익을 창출하는 안전한 피난처이다. 그러나 디지털 골드라는 비유는 비트코인에 수반되는 위험을 교묘히 감추고 있음을 말한다.
2008년 신용위기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돌이켜보면, 투자자들은 주택담보증권(MBS)을 채권에 비유했다. 주택담보증권(MBS)는 투자자에게 증권 담보에 있는 모기지 포트폴리오의 현금 흐름의 일부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투자 파생상품이다.
모기지담보증권(MBS)는 채권과는 상당히 다른 위험, 즉 경제 전반에 걸친 주택 가격 하락의 시스템적 위험을 수반한다. 그럼에도 신용평가기관은 채권과 동일한 등급을 매겼다.
결과적으로, 연기금과 같은 보수적인 투자자들조차 이런 새로운 안전 자산에 투자할 의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채권이라는 비유는 금융 시스템의 여러 측면, 즉 시스템 내 신용 대출, 투자자의 소유권에 대한 투명성 부족, 통합된 규제 체계의 부재, 그리고 부적절한 위험 관리 도구의 부재를 은폐했다. 이런 요소들이 결합되어 모기지담보증권(MBS)는 투자자와 사회 전체 모두에게 안전 자산의 정반대인 위험 투기 대출이 되었다.
2009년에 출시된 비트코인은 점점 더 ‘디지털 골드’로 불리고 있다. 이는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지 않는 분산된(제한된 공급량)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현대적 디지털적 특성을 강조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그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것의 명확한 정의와 실체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기술에 열광하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기능을 제공하며 경기순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장기적인 재정적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을 위한 수단으로 홍보되어 왔다.
투자자와 기관들은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기로 한 결정을 새로운 디지털 골드라는 관점에서 설명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이전에 비트코인 비판론자였던 월가의 투자 거물들이 이제는 비트코인을 "디지털 골드"이자 "합법적인" 금융 상품이라고 앞장서서 홍보한다. 그 결과 2025년 말까지 북미 자산에서 암호화폐 ETF가 귀금속 ETF를 앞지르며 15조 달러 규모의 ETF 업계에서 세 번째로 큰 자산군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마케팅 캠페인과 전문가 논평에서 강조되는 비트코인과 금의 유사점은 매력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지만, 가치 구조와 소유 구조에 관한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을 말하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과 달리 금은 보석, 전자 제품, 의학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귀금속의 물리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금 보유량의 절반 이상이 이런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데, 나머지는 중앙은행이나 개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금의 품질(금속 순도 기준)은 간단한 과학적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금의 가치 구조는 비트코인보다 훨씬 더 실체적이고 투명하다. 금은 전쟁과 같은 사회적 격변기에도 가치를 유지해 온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대규모 전력망 고장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비트코인의 가치 구조에 대한 투명성 부족은 가치의 기반을 이해하거나 장기 수익 전망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데 필요한 전문 지식이 없는 개인들이 참여하는 투기적 거래로 이어졌다.
지난 금융 시장 붕괴의 추억
블록체인 원장은 비트코인 소유권과 거래에 대한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지만, 누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비트코인의 소유권에 대한 대중의 지식이 부족한 것은 모기지담보증권(MBS) 위기의 여파와 섬뜩할 정도로 비슷하다.
당시 주요 금융 기관들은 자신들이 다른 기관에 전가했다고 생각했던 위험을 자신들이 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늘날 위스콘신, 미시간, 영국, 호주의 연기금들은 주로 규제된 미국 상장주식펀드(ETF)를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은 비트코인의 상당한 가치 상승과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성향의 트럼프 행정부에 기인한다. 이는 연기금이 위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모기지담보증권(MBS)에 투자하는 것과 매우 유사한 패턴이다.
비트코인의 대부분은 개별 비트코인의 극히 일부만을 소유한 개인 투자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투기 자산의 이런 파편화와 소유권의 투명성 부족은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한다.
불투명한 가치 구조, 통합된 규제 체계의 부재, 그리고 주요 금융 기관들이 이런 난해한 상품을 덜 전문적인 투자자에게 기꺼이 판매하려는 경향은 비트코인이 금보다는 모기지담보증권(MBS)과 더 유사함을 의미한다. 2008년 주택 모기지 위기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주요 금융 기관의 경영진이 다음 큰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려워하며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증권의 레버리지 거래를 기꺼이 받아들인 것이었다. 오늘날 비트코인 거래에서도 목격되는 패턴은 바로 이것이다.
비트코인과 MBS(모기지담보증권)의 놀라운 유사점은 역사가 반복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비트코인을 금에 비유하는 것의 부정적인 결과는 모기지담보증권(MBS)를 채권에 비유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
결국 대부분의 모기지담보증권(MBS)는 실물 자산(실제 주택 담보 대출)에 의해 뒷받침되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어떠한 실물 자산에도 뒷받침되지 않는다. 투기 사업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금융 상품 투자자라면 비트코인이나 다른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디지털 골드’라는 또 다른 잘못된 비유에 속아 어느 순간 몰락하는 여파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금이 경제적 불안과 위험 증가로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비트코인은 궁극적으로 경제적 불안과 금융 시장의 위험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돌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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