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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데이터 센터 때문에 땅 사고 팔아

최민기 기자
9월 15일
4분 분량

미시건 대학은 국립 연구소 협업 위해 땅 매입

대학들 인공지능 관련 무분별한 실험실 전락 우려


대학들이 데이터 센터 건설을 위해 부지를 매매하면서 인공지능 인재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 붐이 미국 대학들에 부지를 매각하거나 매입하도록 새로운 차원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오랫동안 교육자, 학생, 그리고 대학 행정가들 사이에서 기술의 존재와 활용 사례에 대한 논쟁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인공지능은 훨씬 더 물리적인 위협으로 변모하고 있다. 데이터 센터들이 전기, 수도, 광섬유 인프라가 갖춰진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대학들은 강의실, 실험실, 연구 공간이 아닌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에 더 높은 가치를 지닌 부지를 보유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조지 워싱턴 대학교가 버지니아 캠퍼스를 아마존에 매각한 사례는 인공지능이 고등 교육 기관의 문턱까지 침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미시간 대학교는 입실란티 타운십에 1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고성능 컴퓨팅 및 연구 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의 버지니아 과학기술 캠퍼스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교수는 이번 매각이 고등 교육계 전반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재정적 압박과 데이터 센터 부지에 대한 엄청난 수요가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대규모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데, 요즘 데이터 센터 때문에 토지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대학들은 넓은 부지와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기업이나 연구소들이 대학에 접근해 데이터 센터 건립을 제안하고 있다.


단순히, 부지만 매입하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고, 구체적인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대학 측에 데이터 센터 설립하기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조지 워싱턴 대학은 아마존이 단순히 부지를 매입한 경우이고 미시건 대학은 연구 프로젝트에 따라 대학이 데이터 센터를 건립하기로 결정한 경우다. 결과는 같지만 방향과 과정은 전혀 다르다.


조지 워싱턴 대학 버지니아 캠퍼스 매각

지난 2월, 조지 워싱턴 대학은 버지니아주 애쉬번(Ashburn)에 있는 약 120에이커 규모의 버지니아 과학기술 캠퍼스를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대학 측은 처음에는 기밀 유지 조항을 이유로 매수자와 매각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매각 발표가 나왔는데, 기밀 유지 계약 때문에 매수자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학생 신문사가 철저한 조사를 했고, 결국 매수자가 누구인지, 가격이 얼마인지 알아내서 지역 사회에 알렸다. 매수자는 아마존 데이터 서비스(Amazon Data Services)로 밝혀졌으며, 4억 2,700만 달러에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캠퍼스는 세계 최대 데이터 센터 밀집 지역 중 하나인 버지니아주 북부의 이른바 "데이터 센터 골목"의 중심부인 라우든 카운티에 위치해 있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는 이번 매각이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계약에 따라 대학은 해당 부지에 있는 프로그램과 사무실을 어떻게 이전할지 결정하는 동안 최대 5년 동안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대학 측은 매각 대금의 상당 부분을 새로운 기금에 적립하고, 자격을 갖춘 교직원과 정규직 교원에게는 2,500달러, 비정규직 교원에게는 1,250달러의 일회성 보너스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부지 매각은 조지 워싱턴 대학 내에서 지속 가능한 역할을 찾기 위해 수년간 고군분투해 온 애쉬번 캠퍼스의 종말을 의미한다. 2009년 조지 워싱턴 대학에 합류해 애쉬번 캠퍼스에서 강의와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교수는 당시 애쉬번 캠퍼스의 시설은 워싱턴 DC 캠퍼스보다 새롭고 어떤 면에서는 더 잘 갖춰져 있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대학 측은 애쉬번 캠퍼스를 전략의 핵심으로 삼는 방법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고 마침내 재정적인 문제로 캠퍼스를 매각한 것이다.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캠퍼스는 또한 자원이 점진적으로 고갈되는 것을 경험했다. 마치 한방울씩 떨어지다가 빈 병이 되는 것처럼 5~6년에 걸쳐 교수진이 자연 감소로 떠나갔다.


하지만 그 자리를 채우는 사람은 없었다. 그 결과, 예산 제약으로 인해 조교 제도가 결국 폐지되었다. 심지어 대학 측이 부지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투명성이 전혀 없었고 교수진이나 학생들은 누구에게 매각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고, 아마존에 매각할 거라는 생각은 더더욱 몰랐다. 대학 측은 매각 발표 후 프로그램, 교수진, 직원들의 캠퍼스 이전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전체 주민 공청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그런 협의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이미 부지를 팔고 나서 캠퍼스 이전을 추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애쉬번 주민은 아마존 데이터 센터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크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북부 버지니아는 이미 데이터 센터가 포화 상태로 전기는 이미 부족한 상태다.


발전 시설이 추가로 들어서지 않으면 북부 버지니아는 고질적인 전기 부족과 전기료 급등에 직면한다. 주민과의 갈등을 푸는 것도 조지 워싱턴 대학이 풀어야 할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미시건 대학교는 다른 길을 택해

미시건 대학교가 입실란티 타운십에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대학들이 인공지능 인프라 열풍에 동참하는 또 다른 사례다. 미시건 대학교와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는 막대한 연산량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1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연구 컴퓨팅 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대학 측은 이 시설이 의학, 재료 과학, 청정 에너지, 공학, 국가 안보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시건 대학교 측은 웹사이트에서 "데이터 센터"라는 용어 대신 "컴퓨팅 센터"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입실란티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대학교는 해당 센터의 용도를 "인공지능(AI) 및 고성능 컴퓨팅 적용"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는 대표적인 국방 관련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연구 기관이다.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다고 저명한 대학이 국방 관련 인공 지능 프로젝트에 적극 동참한다는 것은 대학 본연의 연구 방향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미시건 대학교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부지를 매입해 왔다. 2024년, 미네소타 대학교 이사회는 미래의 컴퓨팅 센터 건립을 위해 입실란티 타운십에 19.82에이커와 6.03에이커의 부지 매입을 승인했다. 2025년에는 텍스타일 로드에 약 124.7에이커의 부지를 추가로 매입할 수 있는 승인을 받았다.


미시건 대학교는 부지를 매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를 상업용 데이터 센터와는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대학교 측은 이 시설을 상업 시설이 아닌 "전문 연구 허브"라고 지칭한다. 그러면서 애써 과학 연구를 위한 고성능 컴퓨팅에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해당 센터의 연산 능력이 "클라우드 컴퓨팅, 스트리밍, 전자상거래 및 기타 소비자 또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에는 사용되지 않고 과학 연구에 집중될 것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연구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대학 보고서에 따르면 초기 50메가와트에서 최종적으로는 100메가와트까지 전력 소비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입실란티 타운십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제안된 컴퓨팅 연구 시설 건립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강력하고 단호한 반대를 표명했다.


다른 대학들도 따라갈 가능성 높아

조지 워싱턴 대학교의 재정 상황 때문에 이번 결정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고 보는 학교 관계자들도 있다. 대학은 연방 연구 기금 감소, 유학생 관련 정책 변화, 그리고 고등 교육 전반의 재정난 등 여러 가지 압박에 직면해 왔다. 대학 측은 이번 매각이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고 학문적 사명에 투자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고등 교육의 방침을 조지 워싱턴 대학이 직면한 문제를 그대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다른 모든 대학들이 조지 워싱턴 대학과 같은 재정적 문제, 유학생 문제 그리고 연방 기금 감소를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대학들도 부지를 팔거나 연구소와의 협력 프로젝트를 명분으로 데이터 센터 건립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거래는 인공지능 인프라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점에서 대학들이 소유한 토지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한 더욱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아무런 책임감이나 신중한 발전 없이 이 기술이 확장될 수 있도록 고등 교육 자원을 조금씩 깎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무분별하게 수용하고 기업과의 협력 프로젝트로 추진한다면 이것이 가장 우려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직 인공지능이 완벽하거나 온전히 통제되지 않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자칫 대학들이 무분별한 인공지능 기술의 실험실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대학들이 데이터 센터 투자에 나서는 것은 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할 때 회의적이라고 봐야 한다. 단기적인 거품일 뿐일 수도 있다. 기술적인 도약 하나만 더 있으면 저 거대하고 보기 흉한 건물들은 쓸모없어 질 수 있다. 대학이 데이터 센터가 움직이는 사이버 교육만 남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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