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다음은 그린란드?
- 홍성호 기자
- 1일 전
- 5분 분량

그린란드를 트럼프랜드로 만들라고 압박
제국주의 시대의 영토 확장에 대한 욕망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다음 정복지는 트럼프랜드가 될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영제국의 위상을 부러워하면서 미국도 영국 같은 제국의 위상을 갖추기를 희망하고 서반구 전체를 영역으로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그린란드에 대한 야망을 드러냈을 때는 그저 허풍 정도로만 여겨졌다. 두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트럼프 주니어와 JD 밴스 부통령이 잇달아 그린란드를 방문했을 때에도 그저 비즈니스 차원일 것으로 가볍게 여겼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를 군대를 파견해 공습하고 마두라를 생포해오자 이제는 아무도 웃지 않고 서둘러 방위 태세를 갖추는 모습이다.
그린란드의 주권과 덴마크의 자치 영토 주장을 재확인한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베네수엘라를 꺾고 이제 서반구 전체를 트럼프의 영역으로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트럼프의 최측근인 스티븐 밀러는 힘과 무력, 권력으로 지배되는 세계의 불변의 법칙을 실행하라고 트럼프를 압박했다.
하지만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수적이라는 논리는 어딘가 완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데가 있다. 더욱이 백악관은 그린란드 확보를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하자 불안에 떨고 있는 나토 동맹국들을 경악시켰다.
전략적 보석
그린란드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그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은 정확하다. 그린란드는 항상 중요한 대서양 중부 교두보였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지상 기지 항공기의 사정거리 밖인 그린란드 공역은 나치 독일의 U보트가 연합군 상선 호송대를 공격하는 지상전으로 악명을 떨쳤다. 새로운 대규모 전쟁이 발발할 경우, 그린란드를 장악하는 쪽은 중요한 대서양 해상 항로를 통제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린란드에 있는 미군 기지는 이미 미사일 조기경보 탐지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80년이 지난 지금, 그린란드는 녹는 얼음으로 인해 새로운 항로가 열리면서 문자 그대로, 그리고 지정학적으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만큼이나 그린란드의 전략적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허점이 있다면,
미국 국가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판단될 경우 그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증강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그린란드는 나토 회원국의 반자치 지역이다. 광활한 공터에는 새로운 주둔지, 기지, 그리고 수천 명의 군인이 쉽게 주둔할 수 있다.
행정부 지도자들이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개썰매로 방어하고 있다는 식의 조롱 섞인 농담을 던지기도 하지만, 미국은 코펜하겐과 조약을 맺어 미군 항공기의 이착륙, 정박지, 항구, 생활 시설 및 기타 기지 시설에 대해 상당한 재량권을 확보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해상 석유 및 가스전이 풍부하며, 툰드라가 녹으면서 차세대 기술과 무기 개발에 활용될 수 있는 희토류 매장량 채굴이 더욱 용이해질 수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희토류에 관심이 있다면, 덴마크와 그린란드 정부 모두 협력 협정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19세기 미국 대통령들처럼 새로운 영토를 갈망하고 관세를 무기로 사용하며 유럽 제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희토류를 공유할 의향이 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그린란드 주둔 미군 기지에는 성조기와 함께 덴마크 국기도 게양되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섬 전체가 성조기로 뒤덮인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린 스티븐 밀러의 아내 케이티의 생각에 더 가까운 듯하다.
제국주의자인 대통령
최근 며칠 사이에 세상은 과거로 회귀하듯 변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가 체포된 후 트럼프는 자신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저했는데 이는 수사적인 제국주의를 넘어 실질적인 제국주의로 변모했음을 의미한다.
베네수엘라가 제재 대상 석유 최대 5,000만 배럴을 미국에 판매하고, 트럼프가 그 수익금을 미국과 베네수엘라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통제하겠다는 발표는 주권 국가를 약탈하려 한다는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다.
서반구 전체에 대한 트럼프의 새로운 공격적인 지배 공세는 거대한 백악관 연회장 건설 계획과 워싱턴 케네디 센터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계획 등, 자신의 업적을 남기려는 그의 집착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는 1803년 1,500만 달러에 루이지애나를 매입해 미국의 영토를 거의 두 배로 늘린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처럼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한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역사적 영웅 중 한 명으로 여기는 1898년 하와이를 합병한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의 이름을 따르려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거의 틀림없이 한술 더 떠서 새로 편입될 광활한 미국령 영토에 자신의 이름을 붙일 것이다.
과거에도 그린란드의 안보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나토에 대한 위협이 모스크바나 베이징에서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지, 동맹의 최강대국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가 군사적 모험을 계획하고 있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미군이 나토 동맹국을 향해 총을 겨누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그린란드 주민들은 덴마크로부터 궁극적인 독립을 지지하지만, 미국의 일부로 편입되는 것에 대해서는 압도적으로 반대한다. 그린란드에 거주하는 이누이트족 주민은 자유 세계의 강력한 국가 지도자가 덴마크와 그린란드를 비웃으며 마치 그린란드가 자신의 영토인 양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것은 정말 끔찍했다고 했다.
그린란드의 공식 지명 명칭인 '칼랄리트 누나트'는 '그린란드 사람들의 땅'이라는 뜻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걱정된다며, 그린란드 총리가 마두로와 같은 운명을 맞을 수도 있고, 심지어 미국이 실제로 그린란드를 침략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사고 싶어한다고 국무장관이 의원들에게 언급했다. 그린란드 지도자와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팔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지금은 예측 불가능한 시대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에 무슨 일을 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그의 첫 번째 임기와는 달리, 그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 덴마크 사람들은 미국이 군대를 배치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고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나토는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트럼프의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던 지지자들이 의사당을 습격한 지 5주년이 되는 날, 백악관 공식 웹사이트는 선전 도구로 변모했다.
웹사이트는 민주당과 의사당 경찰을 MAGA 시위대의 폭력 행위와 의사당 훼손의 책임자로 몰아세웠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관련 계획은 농담이 아니다. 이제는 대통령의 속내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민주당 의원들은 우려한다.
유럽의 우려 고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영국 정상들은 덴마크 총리와 함께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국민의 땅"이라고 선언했다. 그린란드와 짧은 육상 국경과 광대한 해상 경계를 공유하는 캐나다는 다음 달 그린란드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카니 총리 역시 트럼프의 영토 확장주의와 마찰을 겪은 적이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시키겠다는 요구로 수백만 명의 캐나다 국민을 등지게 하지 않았다면, MAGA 온건파 포퓰리스트인 피에르 포이리에브르 보수 후보가 작년 캐나다 대선에서 승리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공격할 경우 지정학적 함의는 엄청나다. 덴마크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미 미국이 무력으로 그린란드를 점령하려 한다면,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 안보의 근간이 되었던 나토와 그 상호방위 보장이 즉시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유럽 영토를 점령하려는 시도는 미국과 유럽 간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에 대한 반감 또한 더욱 심화될 것이다. 덴마크는 미국보다 약소국일지 모르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파병했다. 이처럼 모욕적인 대우를 받는 우방국은 다음 번 미국이 손을 내밀 때 더 이상 곁에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백악관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유럽이 미국의 방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트럼프에게 강력한 협상력을 제공한다. 만약 그린란드가 미군에 의해 위협받더라도 유럽이나 덴마크군이 그린란드를 방어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아무도 그린란드의 미래를 놓고 미국과 싸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유럽이 그린란드 주민들을 강력히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각국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찰 없이 베네수엘라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적 신중함을 기하며 며칠간 고심한 끝에 나온 것이다.
대부분의 정상들은 마두로 정권을 규탄하는 한편, 미국이 그린란드 침공으로 국제법을 짓밟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럽연합의 이런 미묘한 입장은 유럽 대륙의 방위 필요성을 고려할 때, 작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를 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서도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나토 발언을 감안할 때,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군사 동맹인 나토를 탈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아직 없다.
유럽과 미국 간의 이런 불균형적 권력 구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문제를 놓고 덴마크를 협상의 기술이라는 명분으로 끌어들이려 할 때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해준다. 그리고 미국이 매입했던 루이지애나 주의 공화당 소속 주지사 제프 랜드리를 그린란드 특사로 임명한 것 또한 결코 역사적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린란드 매입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의회의 법안 통과, 유럽연합의 비준, 복잡한 협상 및 조약 체결 등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게다가 현재 그린란드가 매물로 나와 있지 않더라도 매입 비용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미국 국민들이 의료비, 주택비, 식료품비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과연 의회가 세계 최대 섬을 매입하는 데 최소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납세자 자금을 지원할 의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과격한 언행이 서방 세계를 파멸로 이끌기 전에 진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문제를 파국으로 몰고 가지 말고 외교, 군사적 지원, 경제적 지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를 굴욕적으로 탄압한 후 더욱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는 백악관에서는 이런 온건한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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