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시장'이 도박 합법화 촉발할 수도

내부자 거래와 승부 조작 이끌어 비판
수익 커질수록 조작 많아 합리적 규제 중요
여론조사 실패, 도박 합법화, 정치적 교착 상태가 예측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스포츠 게임은 예측 시장의 배팅 결과를 충족시키기 위해 승부 조작이 불법으로 자행되는 사례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예측 시장이 합법화된 지 18개월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 시장은 끊임없이 뉴스에 오르내리며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칼시(Kalshi)나 폴리마켓(Polymarket) 같은 예측 시장에서 참여자들은 2028년 미국 대선 승자부터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결혼 시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 실제 자금을 걸고 베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이론적으로 이런 베팅은 미래에 대한 대중의 통찰을 수집하는 수단이 된다.
뉴스 해설자들이 2026년 예비선거에 대한 칼시의 당선 확률을 자연스럽게 언급하거나,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어떤 배우가 상을 받을지 폴리마켓의 실시간 예측치를 보여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측 시장의 원리와 역사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이 시장이 미래에 대한 집단적 지식을 결집하는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쯤 되면, 도박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편이 예측시장을 더 건전하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수단일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로서는 연구자, 언론인, 의원들은 이 시장이 사회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이런 플랫폼의 규제와 예측 능력에 대한 여러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예측 시장 갈수록 영향력 커져
실제로 예측 시장의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각 시장은 특정 미래 결과의 발생 여부를 두고 이른바 '사건 계약(event contracts)'을 제공한다. 각 계약의 가격은 1센트에서 99센트 사이이며, 해당 사건이 발생하면 1달러를 지급받고 발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스포츠 베팅과 마찬가지로 계약을 구매하는 것은 곧 베팅을 의미한다.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여겨지는 결과에 배팅할 경우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주식 시장과 마찬가지로, 확률(및 그에 따른 가격)이 변동함에 따라 거래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계약을 사고팔 수 있다.
현재 칼시의 거래자들은 'SAVE 법안(투표 등록 시 미국 시민권 증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통과될 확률을 약 10%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 결과에 대한 각 계약의 가격은 10센트가 된다. 만약 해당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지분(shares)'을 매입한 뒤 향후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을 때 더 높은 가격에 되팔 수 있다. 만약 이를 계속 보유한 상태에서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된다면, 당초 배팅액의 10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게 된다.
예측 시장이 미래를 예측하는 데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두 가지 이론이 있는데, 바로 '군중의 지혜(wisdom of crowds)'와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이다.
1세기여 전에 처음 제시된 '군중의 지혜'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다양하고 방대한 집단의 판단을 종합한 결과(중앙값)가 종종 단일 전문가의 판단보다 더 정확하다는 개념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된 또 다른 논거는 20세기 중반 자유 시장을 옹호하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등장한 '효율적 시장 가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가설은 가격이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고, 이익을 추구하는 판매자와 거래 기회를 찾는 구매자들의 집단적 판단을 반영한다고 본다. 결국 이론적으로 예측 시장은 집단 지성을 결집해 미래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가늠하는 데 최적의 도구라 할 수 있다.
여론조사의 신뢰도 위기가 예측시장 키워
당일 벌어지는 사건의 결과에 돈을 거는 행위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6세기 이탈리아에서는 시민 행정관 선출이나 교황 선출(콘클라베) 결과에 내기를 걸 수 있었다. 또한 188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뉴욕시는 정치 관련 내기의 중심지였고, 당시 정치 내기 규모가 때로는 주식 시장의 일일 거래량을 넘어서기도 했다.
1924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뉴욕타임스는 내기 동향을 보도하며 "월스트리트의 내기 배당률은 결코 틀리지 않는다는 것이 금융가의 오랜 격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과학적 여론조사 기법의 발달과 정치적 내기에 대한 법적 규제로 인해 예측 시장은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러던 상황이 2024년에 반전을 맞이했다.
미국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연방 법원은 예측 시장 스타트-업인 '칼시(Kalshi)'가 미국 선거 결과와 관련된 예측 시장을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비슷한 시기, 일론 머스크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예측 시장 배당률상 도널드 트럼프가 캐멀라 해리스를 앞서고 있다는 내용을 게시했다. 트럼프 또한 이에 대해 언급하며 호응했다.
칼시(Kalshi)는 타임스퀘어에 실시간 선거 당선 확률을 보여주는 전광판을 설치했다. 이에 따라 수많은 배팅자와 자금이 유입되었다. 선거일이 다가올 무렵, 칼시(Kalshi)에서만 이뤄진 대통령 선거 베팅 거래액은 5억 달러를 넘어섰다. 폴리마켓(Polymarket)의 경우 거래액이 36억 달러를 상회했다.
한편, 정치 여론조사는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수십 년간 응답률은 계속 하락했고, 2016년과 2020년 선거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표심이 실제보다 적게 집계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대통령 선거의 승패를 동전 던지기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박빙의 승부로 전망했다.
반면 예측시장은 트럼프의 승리 확률을 약 60%로 점치며 그의 우세를 예상했다. 실제 선거에서 트럼프가 승리하자, 예측시장은 여론조사를 제치고 여론을 예측하는 새롭고 신뢰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승리를 선언했다.
예측 시장의 효용성
지난 50년 동안 언론인들은 보도에 정량적 데이터를 점점 더 많이 활용해 왔는데, 대중 또한 뉴스 소비의 일환으로 정치 예측 정보를 기대하게 되었다. 여론조사가 신뢰의 위기를 겪으면서, 예측 시장은 언론인들에게 대중의 인식을 데이터에 기반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측 시장은 여론조사와 비교해 언론인에게 또 다른 장점을 제공한다. 실시간으로 사건에 반응하며 누구나 무료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여론조사는 실시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든다. 또한 예측시장은 내각 지명이나 대법원 판결 등, 통상적인 여론조사 범위 밖의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도 결과를 예측해 준다.
최근 몇 달 사이 칼시(Kalshi)와 폴리마켓(Polymarket)은 여러 언론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작용한다. 예측시장은 언론인에게 보도하고 논의할 데이터를 제공하고, 언론인은 예측시장을 신뢰할 수 있는 출처로 인용함으로써 그 시장의 공신력을 높여준다.
역사적으로 예측 시장은 선거 예측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왔다. 하지만 다른 유형의 사안에 대해서도 여론조사보다 더 정확한지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거래자들이 완전히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면 개인적인 편향을 배제하고 새로운 정보에 따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포지션을 수시로 변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에 베팅할 때 대부분의 배팅자는 포지션을 바꾸기보다는 한쪽 입장을 고수하며 지속적으로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라는 편향에 빠져 있으면서 스스로는 합리적으로 거래하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혹은 많은 스포츠 베팅 참가자들처럼 팬심이나 오락을 목적으로 베팅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모든 상황은 예측시장의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모두가 알지만 언급하기 꺼리는 문제
많은 언론인이 예측시장 내 내부자 거래 우려를 다루는 기사를 내보내면서도, 동시에 해당 시장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건의 결과는 종종 사람들의 행동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임박한 휴전 협정과 같은 특정 계획을 미리 아는 사람들은 일반 대중이 알 수 없는 정보에 접근해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익명의 계정 두 개가 니콜라스 마두로의 실각을 예측하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축출에 베팅해 수십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사례가 있는데, 이들은 미국이 군사 행동을 취하기 직전에 베팅했다. 이런 베팅 시점은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카시(Kalshi)는 내부자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며, 2026년 초에는 내부 정보를 이용한 유명 트레이더 두 명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거래를 정지시켰다.
아마도 부정적인 여론과 플랫폼 규제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목소리에 대응해, 카시(Kalshi)와 폴리마켙(Polymarket)은 정치 및 스포츠 분야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내부자 거래 규정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규정을 집행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다소 불분명하다.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칙 10b5-1은 중요 미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증권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 계약(event contracts)'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훨씬 규모가 작은 기관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 하에 있다. 현재로서는 이 소규모 기관의 인력이 부족해 상품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특정 이벤트 계약의 적법성을 규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신 칼시(Kalshi)를 비롯한 일부 예측시장 플랫폼에는 각 계약의 적법성을 스스로 인증할 수 있는 자율권이 부여되어 있다. 내부자 거래를 실효성 있게 규제하려면 명확한 규칙과 실행 가능한 집행 수단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예측시장은 아직은 내부자 거래 규제가 완전하지 못하고 왜곡되거나 조작될 가능성이 항시 존재한다.
참여에서 수익 창출로
예측시장의 폭발적인 인기는 2026년 미국의 문화와 정치에 대해 시사하는 것이 있음을 상징한다. 1969년,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은 미국인들이 도박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관료주의로 변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행동(action)'을 갈망하기 때문이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와 유사하게, 스포츠 베팅이 팬들로 하여금 단순히 경기를 지켜보는 것을 넘어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의회의 입법 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저조하다. 대다수 미국인은 정부 운영에 자신들이 미치는 영향력이 거의 없다고 느끼며, 민주주의의 안전장치가 무너지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보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규정이 완화될 수도 있고, 미국이 쿠바를 침공할 수도 있다. 대다수 미국인에게는 이에 대해 발언할 기회가 거의 없다.
하지만 예측시장은 적어도 그 '사건(action)'을 통해 돈을 벌 기회를 제공한다. 돈을 벌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스포츠 게임은 때때로 조작되거나 엉뚱한 투자를 받아 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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