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급등하자 품귀 현상

정부 보조금 지급보다 전쟁이 수요 견인
중국산 전기차 수입 금지도 소비자에 불리
휘발유 가격 급등은 운전자들을 전기차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3개월 만에, 운전자들이 부담하는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94달러에서 4.35달러로 치솟았다. 운전자들에게 전기차로 전환할 시점이 있었다면, 정부 보조금 지급 시기가 아닌 바로 전쟁이 시작된 때였다.
실제로 2026년 3월부터 5월까지 하이브리드 전기차 판매량은 2025년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다. 반면,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2026년 3월부터 5월까지 2025년 같은 기간 대비 16% 감소했다. 일부 관찰자들은 이를 두고 높은 휘발유 가격만으로는 사람들이 순수 전기차를 선택하게 만들 수 없다는 증거라고 해석했지만, 이런 결론은 상황의 절반만을 본 것이다.
자동차 구매자와 선호도를 살펴보면, 소비자가 '원하는 것'과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 것' 사이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 판매량은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차를 샀는지를 보여줄 뿐, 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차가 무엇인지를 반드시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특정 차종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가격이 상승하는데, 2026년 전기차 시장에서 정확히 이런 일이 벌어졌다.
후퇴하는 산업
2026년, 하이브리드차와 순수 전기차는 석유 위기로 인한 수요 급증을 동시에 겪었다. 하이브리드차는 이런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한 물량이 있었지만, 전기차는 그렇지 못했다. 하이브리드차 생산량은 수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다.
미국 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도요타가 이런 성장을 주도했다. 그 결과, 판매량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2026년 3월 기준 딜러 매장에 남아 있는 하이브리드차 재고는 1년 전보다 19% 더 많았다.
반면, 전기차 생산은 2025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세제 및 지출 관련 법안으로 인해 전기차에 대한 연방 세액 공제 혜택이 종료되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구매자들은 신차 전기차(EV)에 대해 최대 7,500달러, 중고 전기차에 대해 최대 4,000달러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이런 지원은 2025년 9월 30일부로 종료되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에 대응해 전기차 생산을 축소했다. 제너럴 모터스(GM)는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에서 3,4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고, 테네시 공장의 용도를 차량용 배터리 생산에서 에너지 저장 장치(ESS)용 배터리 생산으로 전환했다.
포드(Ford)는 전기차 사업 부문에서 195억 달러를 손실상각 처리했고, 순수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의 생산을 중단했으며, 테네시 전기차 공장을 내연기관 트럭 생산 시설로 변경했다.
자동차 구매자들은 세액 공제 혜택이 종료되기 전에 차량을 구매하려 서둘렀고, 그 결과 2025년 9월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1.3%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세액 공제 혜택이 종료된 이후인 2025년 11월에는 그 비중이 4.3%로 떨어졌다.
2026년이 지나면서 휘발유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자 전기차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신차 전기차 재고는 감소세를 보였는데, 2026년 1분기에는 약 130일 치의 재고가 있었으나 8월에는 78일 치로 줄어들었다. 이는 내연기관 차량의 재고 수준보다 불과 2일 더 많은 수치였다. 신차 전기차 모델에 대한 할인 폭도 줄어들었다.
온라인 매물 정보를 분석한 결과, 2월 기준 신차 전기차의 중간 가격은 정가보다 9.8% 낮은 수준이었다. 이후 4월에는 할인 폭이 6.6%로, 6월에는 4.7%로 축소되었다. 이는 자동차 판매업체들이 재고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중고 전기차에 대한 수요 급증
전쟁 이전, 중고 전기차 가격은 연방 정부의 중고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이 종료된 여파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된 후, 2026년 6월 말까지 중고 전기차 가격은 13% 상승했다. 이는 일반적인 중고 전기차 가격이 약 3,500달러 더 오른 셈이다.
다른 데이터 출처들 또한 같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배터리 및 중고 전기차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 '리커런트(Recurrent)'에 따르면, 2023년형 쉐보레 볼트 중고차 가격은 2026년 1월부터 6월 사이에 거의 20% 상승했다.
중고 전기차 재고 또한 감소해 5월 기준 재고 물량은 31일 치에 불과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23% 줄어든 수치다.
잘못된 판단이 초래한 대가
이런 현상이 전기차 시장이 건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높은 가격과 불확실한 충전소 접근성은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2026년에 전기차 판매가 정체된 이유가 사람들이 전기차를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데이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오히려 판매가 정체된 것은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 물량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 대안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은 충분히 공급되고 있었다.
이런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정책 환경의 변화를 소비자 수요의 변화로 잘못 해석해 결과적으로 차량 부족 현상과 그에 따른 실질적인 비용 손실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가격 정보를 추적하는 '켈리 블루 북(Kelley Blue Book)'에 따르면, 현재 신차의 평균 가격은 약 5만 달러, 신형 전기차의 평균 가격은 약 5만 5천 달러 수준이다.
현재 상황은 운전자들을 유가 변동성에 더 크게 노출시키고 있고, 선택할 수 있는 대안마저 줄어들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페르시아만 지역의 전쟁으로 인해 불과 3개월 만에 휘발유 가격이 크게 치솟았다. 석유는 세계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미국 운전자들도 국제 시장 가격의 영향을 받게 된다.
전쟁이 시작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운전자들이 겪는 부담은 여전히 거세다. 10월 중순에도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고, 9월 22일에는 디젤 가격이 갤런당 6.52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런데 전기차 판매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르곤 국립연구소(Argonne)의 데이터에 따르면 8월 전기차 판매량은 86,000대로, 5월의 101,000대보다 감소했다. 반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여름 내내 월 216,000대 이상의 수준을 유지했다.
향후 전망
연방 정부의 정책은 전기차 공급을 확대하고 가격 접근성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미국의 전기차 산업을 저해하고 있다. 2026년 9월 28일에 발표된 연비 규정은 내연기관차에 대한 효율성 기준을 완화했다.
또한 2028년부터는 기준을 초과 달성한 자동차 제조사(주로 전기차 제조사)가 크레딧을 획득해 이를 기준 미달 제조사에 판매할 수 있게 했던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는 향후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를 생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규제상의 유인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규제 당국은 내연기관차의 엔진 효율 기준을 낮춤으로써 설계 및 제조 비용이 절감되어, 소비자가 신차를 구매할 때 1,289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같은 분석에서도 운전자가 차량을 운행하는 전체 기간 동안 약 1,600달러의 연료비를 더 지출하게 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현재보다 훨씬 낮은 유가 전망치를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다.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이런 계산 방식이 연료비 부담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또한 미국은 전 세계 전기차 생산량의 4분의 3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을 사실상 시장에서 배제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중국 소비자들은 4만 달러 미만의 전기차 모델을 130종 넘게 선택할 수 있었던 반면, 미국 소비자들은 같은 가격대에서 단 4종의 전기차 모델만 선택할 수 있었다.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되는 100% 이상의 관세 외에도, 상무부의 규정에 따라 2027년형 모델부터는 중국과 연관된 제조사가 만든 차량은 미국 내에서 생산되더라도 시장 진입이 금지된다. 현재 의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이런 금지 조치를 더욱 확대해, 미국 내 자동차 공장에 대한 중국의 투자 자체를 전면 차단하려 하고 있다.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미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전기차와 실제 판매 가능한 전기차 사이의 간극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액 공제 폐지, 연비 기준 완화, 중국 기술 배제와 같은 결정들은 전기차 생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은 가격 부담이 적은 전기차를 선택할 기회를 계속해서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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