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터키, 남부의 전형적인 '백인 주'
- 김용일 기자
- 5월 7일
- 3분 분량

켄터키 하면 떠 오르는 말은 아마도 KFC, 즉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일 것임을 부인키 어렵다.
실제로 켄터키주는 KFC의 발원지로 본사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켄터키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링컨 대통령이 출생한 곳이기도 하다. 그가 변호사, 정치인으로서 활동한 일리노이가 링컨의 고향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오두막집 생가, 그리고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은 지금도 여전히 한적하기 짝이 없는 켄터키의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켄터키는1783년 파리조약으로 미국 영토가 된 미시시피강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후 주 승격 이전에 버지니아의 일부로 편제돼 있다가 1792년 6월 15번째 주로 합중국의 일원이 됐다.
켄터키는 전형적인 남부 주다. 하지만 남북전쟁 초기에는 남도 북도 아닌 중립을 희망했다. 정치와 경제,사회적으로 남부, 북부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해 여름, 남군이 켄터키 서부로 침입해 오면서 분위기가 일별했다.방어를 위해 주 자체 군대도 편성해가며 휩쓸리지 않으려 했으나 결국 북군에 가담했다.
이런 어정쩡한 스탠스 때문에 켄터키에서는 형과 아우가 서로 총을 겨누는, ‘가족 상잔(相殘)’의 비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남북전쟁에 참전한 켄터키 출신이 11만명 가량인데 대략 3분의 2가 북군, 나머지는 남군에 복무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켄터키는 이렇듯 북부의 일원이었지만 정작 전쟁이 끝난 후에는 남부 쪽으로 기울어졌다.
켄터키 역시 미국 최대 담배 산지중의 하나로, 대규모 플랜테이션 운영을 위해 긴요한 노예들이 해방되자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또 북군이 점령군처럼 남부지역에 장기 주둔하는 것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보이는 등 전쟁의 승자라기 보다는 패자 같은 피해의식을 갖게 된 탓이었다.
켄터키의 이같은 성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켄터키의 백인 비율은 거의 9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여느 남부 지역들 마다 노예 후손들로 인해 흑인 인구 비율이 꽤 높은 것과는 차이가 있다.
켄터키는 백인 주민이 압도적이라는 점 등을 포함해 스스로를 ‘원조 남부’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남부라 하지만 다 같은 남부는 아니라는, 일종의 ‘선민의식’이다. 이들은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 등과 같이 일찍이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미국 정착민들이 자리를 잡았던 곳이 ‘정통파’ 남부이며, 미시시피나 플로리다, 오클라호마,뉴멕시코 처럼 지리적으로는 남부라 하더라도 프랑스나 스페인, 멕시코 땅이었던 곳들과는 ‘근본’이 다르다는 속내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식을 지니고 있기에 켄터키의 정치적으로 색깔은 확실한 ’ 레드’ 다.대부분의 남부가 그러하듯이 보수적인 공화당세가 절대 우위를 보이고 있다. 카터와 클린턴 때를 제외하고 압도적으로 공화당 후보를 당선시켜왔다.
다만 주지사 만큼은 정반대로, 1991년 이래 아홉 번의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일곱번이 승리하는 등 나름대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켄터키 역시 석탄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곳이지만 남부 답게 농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리노이 부터 이어지는 넓고 비옥한 평원 지대에서 밀, 옥수수,담배 등이 대량 생산된다. 켄터키를 대표하는 특산물은 위스키와 말(馬)이다. 옥수수로 빚어지는 미국산 버번 위스키의 태반이 켄터키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전세계로 수출되는 버번 위스키 역시 켄터키산이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버번 위스키를 숙성하는 데 사용되는 나무통 배럴의 숫자가 주의 인구 보다 많다는 얘기도 있다.
또 말을 사육하는 곳이 많고 특히 경주마로 이름이 높은 데, 영국의 경마 레이스를 본 딴 ‘켄터키 더비’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마의 본산이기도 하다.
켄터키에서 가장 큰 도시는 루이빌이다. 루이빌은 경제,금융, 유통의 중심지로 주요 대기업들의 본사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주정부가 자리잡고 있는 주도(州都)는 프랭크포트(Frankfort)로 켄터기 주립대 역시 이곳에 있다.
켄터키는 북위 38도 지역에 있다. 위도상으로 한반도의 허리에 위치해 있는 데 기후는 한국 보다는 훨씬 더 온화한 편이다. 그러나 중부 대평원의 일부로서 매년 찾아 드는 불청객 허리케인의 단골 피해지역이며, 특히 무시무시한 회오리바람 토네이도가 잦은 곳이다.2021년 12월에는 이 일대 6개주를 강타한 수십개의 토네이도로 인해 켄터키에서만 70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켄터키는 그 규모나 정치,경제 파워 등에서 사실 크게 주목 받을 게 없는, 다소 ‘심심한’ 주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자랑으로 내세우는 역사 유적지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링컨의 생가 정도였다. 그러나 미국에서 유명 유적지를 찾다 보면 실망할 때가 적지 않다.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실제 ‘현장’은 밋밋하고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경우가 많다. ‘메인(Main)’이 시원 찮으면 주변에 부대 시설, 즉 먹거리나 볼거리라도 그럴 듯 해야 할 텐데 이 역시 썰렁하기 짝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켄터키에 등장한 아크 엔카운터(Ark Encounter)는 이러한 선입견을 단번에 씻어 버리게 하는 명소가 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 많은 ‘바이블 벨트’의 하나인 켄터키에, 구약 성경 속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Noah’s Ark)’를 실제 크기로 재현한 테마 파크가 등장한 것이다. 2016년에 개장한 이 파크에는 성경 기록을 토대로 거대한 규모의 방주가 건립돼 있다. 이 방주의 길이는 155m ,높이 15.5 m, 폭 26m로 7층 정식 규격 축구장 면적의 1.5배 정도 되는 엄청난 규모다.
방주 내에는 노아 가족들의 숙소,작업장, 그리고 암수 한쌍 씩 실은 짐승들의 우리,비치된 식량과 모이 등에다 퍼붓는 빗소리, 파도소리, 실제 동물들의 울음소리 등 까지 재현시켜 관람자들로 하여금 생생한 현실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노아의 방주는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텐터키 제1의 관광 명소이자 미국 최고의 종교 박물관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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