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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영 기자

토착 주민이 돼가는 젊은 세대

높은 소득 쫓아 이주하지 않아

오히려 낮은 집값으로 고향에 머물러


젊은 성인의 80%는 여전히 10대 시절을 보낸 곳에서 100마일 이내 떨어진 지역에 살고 있다.

이런 사실은 드넓은 땅에서 기회를 찾아 동서를 횡단했던 지금까지의 경험과는 상당히 다른 결과다.


대학에 가면서 부모 곁을 떠난 뒤 취업을 위해 더 먼 대도시로 향했던 것이 익숙한 미국의 풍경이다. 아직도 대도시 간 이주는 물론 중소도시와 대도시 사이의 이사는 매우 빈번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젊은 성인들이 10대 때 자란 마을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지역에 정착하고 산다는 것은 미국에 토착민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이민자들이 터전을 마련한 국가이기 때문에 출신 지역을 묻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다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낙농업이 성행한 위스콘신 주를 중심으로 한 지역은 북유럽국가 출신들이 많이 살고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들은 뉴욕 브루클린 지역에 정착했다. 미국의 중공업을 주도했던 자동차 산업이 밀집된 지역은 독일 이민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는 이미 오래전 일이고 그 후손들은 미국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예를 들면, 호놀룰루에서 자라다가 대공황 기간 동안 온타리오 호수의 한적한 북부 뉴욕 마을로 이사해 자식을 낳아 살았던 어머니를 둔 자녀들이 어른이 되어 뉴햄프셔, 로스앤젤레스, 하와이 등으로 떠난 가족의 이야기는 매우 흔하다. 다만 20세기에 이민이 본격화된 아시안들은 특정 마을에 집중 거주하면서 정착촌을 형성했다.


미국에서 특정 계급의 위치에 거주한다면 이런 이동성은 당연해 보일 수 있다.

이제 이런 모습이 다시 고착되고 있는 추세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회인구학 적으로 매우 중요한 변화다. 사람들은 한 곳에서 자라지만 수백 또는 수천 마일 떨어진 대학에 가다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대도시로 이사한다. 그런데 이런 추세가 점차 줄어든다는 것은 주택 시장은 물론 지역 성장과 도시 발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집을 떠난 젊은 성인들을 심층적으로 살펴본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점차 한 곳에 정착하는 토착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6세에 이른 성인의 30%가 16세에 살았던 인구 조사 지역에 살고 있다.

58%는 10마일 이내 지역에 살고 있고, 80%는 100마일 이내 지역에 거주한다. 그리고 90%는 500마일 이내에 거주한다. 불과 10%만 다른 주 내지 먼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인구 조사 지역이란 1,200명에서 8,000명 사이의 인구를 가진 아주 작은 지역을 말한다. 광산은 면적이 0.2 평방 마일에 불과하다.


개인이 속한 지역에 머무르는 것은 극도의 주거 정체 상태를 이르며, 젊은 성인의 30%가 그런 상태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조부모 세대가 뉴욕에서 호놀룰루, 부모가 호놀룰루에서 뉴햄프셔와 로스앤젤레스로 옮겨 간 것 같은 엄청난 이동은 지금은 극히 드문 일이다.

사람들이 대부분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실제로 미국 내 주거 이동성은 도시 거주자가 팬데믹 기간동안 한가한 지역으로 이사했다는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수년 전부터 이사는 계속 감소해왔다.


젊은이들 어디에서 어디로 옮겼나?

낮은 수준의 이동성을 처음 발견한 것은 아니지만 세분화된 데이터의 분석은 매우 인상적이다.

통근 구역 또는 지역 노동 시장을 구성하는 도시와 마을의 집합체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매트로 뉴욕에는 롱아일랜드와 웨스트체스터 (Westchester) 카운티가 포함되지만 뉴왁 (Newark) 또는 퍼킾시 (Poughkeepsie)와 같은 멀리 떨어진 도시는 포함되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움직인 곳을 보면 DC로 이사한 사람은 단 1%에 불과하며, 이는 여전히 보스턴과 뉴욕 다음으로 세 번째로 많은 타주 목적지이다.


데이터는 1984년에서 1992년 사이에 태어난 젊은 성인, 즉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주거 정체 수준이 젊은 성인들 사이에 지속되고 있다는 몇 가지 징후가 있다. 개인 금융 사이트인 크레딧 카르마 (Credit Karma)의 조사에 따르면 18~25세 성인의 29%가 집에서 부모나 다른 친척과 함께 살고 있다. 이 현상은 대유행 중에 급증했고, 다시 폐쇄가 풀리면서 대학에 등록하지 않은 해당 연령대의 사람들 사이에 급증했다.


예상할 수 있듯이 이주 패턴은 인종과 소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흑인 청년들은 백인 청년들보다 평균적으로 60 마일 더 적게 움직이고 소득 분포 상위 1%의 아이들은 평균적으로 325 마일을 움직인다. 이는 소득에 대한 효용이 액수가 높을수록 감소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소득이 30,000 달러에서 50,000 달러로 증가하는 것이 100,000 달러에서 120,000 달러로 증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가 있고 더 어렵다.

이는 고소득 사람들이 추가 수입을 찾아 멀리 이사할 이유가 적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소득이 높을수록 이사 경향 커

그러나 고소득 가정의 아이들은 여전히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보다 훨씬 더 멀리, 더 많이 움직인다.

더 흥미로운 하위 그룹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배경의 흑인 어린이이다. 고소득 가정의 흑인 청년들이 애틀랜타, 댈러스, 휴스턴과 같은 남부 도시로 새로운 대이주를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저소득 가정의 흑인 아이들보다 DC로 이사할 가능성이 10배 더 높다. 이런 사실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취업 기회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한 지역에서 임금이 갑자기 오르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지역으로 이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몇 명이나 이사할 것인지 추정할 수 있다. 이 측정값을 마이그레이션의 탄력성 (elasticity of migration)이라고 한다.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평균 임금의 큰 변화조차도 많은 이사를 촉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역 임금을 연간 1,600 달러씩 인상하는 특정 통근 지역에 대한 이주 충격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저임금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큰 금액이다. 이런 충격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지역으로 이주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인구는 약 1%만 증가한다.


고소득 그리고 백인 또는 아시아 청년은 이런 지역적 임금 변화에 더 민감하며, 저소득 또는 흑인 그리고 라틴계 청년보다 더 높은 속도로 움직인다.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돈을 따라 이사할 가능성이 더 낮다. 그리고 많은 부분이 지역 주택 시장에 달려 있다. 새로운 수요에 대응해 주택 공급 증가를 허용하는 관할 구역이 경제가 호황을 누리면서도 주택 공급 증가를 제한하는 관할 구역보다 소득이 상승할 때 더 많은 유입을 경험한다. 즉 주택 가격이 낮거나 구하기 쉬운 지역으로 이사하는 경향이 크다.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 활성화 중요

왠만한 큰 돈이 아니면 쉽사리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지역마다 고유한 경제 활동이 필요하다.

경제 활동이 활성화되면 결과적으로 해당지역의 지역민이 이득을 본다. 물론 극심한 경제 침체나 불황으로 견디기 힘든 경우 특정 지역으로 몰리는 것은 비정상적인 특수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지역민을 위한 가장 좋은 정책이다.


특히, 특정 지역의 일자리 활성화 정책이 그 지역에 끌릴 수 있는 이민자가 아니라 해당 지역에 가장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1,600 달러의 임금 인상이 도시의 인구를 1%만 증가시킨다면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99%는 이와 상관없이 그 도시에 그대로 있을 것이다.


과거 공장 산업지대로 번성했던 러스트 밸트 (Rust Belt) 또는 아팔라치아 (Appalachia)는 일자리 기회와 소득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통해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는 특정 지역에서 일자리가 활성화되더라도 이민자가 몰릴 것이란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디트로이트를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더라도 지역민이 최대 수혜자가 되고 과거의 번영을 재현할 수 있게 된다. 이민자들은 소득에 의해 이사를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적당한 이주가 있어야 주택과 지 경제에 이득

더 큰 질문은 미국에서 사람들이 충분히 이사를 하고 있는지 여부다.

이사를 하면 큰 이점이 있다. 기존의 연구에서 어린 시절 빈곤지역에서 살다가 빈곤이 낮은 지역으로 이사한 공공 주택 수혜자들이 고소득층에 머무는 사람들에 비해 평생 수십만 달러를 더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동을 장려하면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실제로 국제 이주, 즉 이민이 빈곤 감소를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되었다는 광범위한 증거가 있다. 그리고 가난한 국가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자유롭게 이동하는 데에는 큰 장벽이 있다.

주택 정책은 특히 저소득 근로자를 위한 주요 정책이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1960년에 주택 비용을 조정한 후 뉴욕의 임금은 앨라배마나 미시시피와 같은 딥 사우스 (Deep South) 주에 비해 변호사의 경우 39%, 관리인의 경우 70% 높았다. 2010년까지 뉴욕의 임금은 변호사의 경우 여전히 39% 높았지만 관리인의 경우 7% 낮았다.


뉴욕에서 청소부들이 더 나빠진 유일한 이유는 주택 비용이었다. 그들은 남쪽의 관리인보다 실제 달러로 더 많이 벌었지만 임대료로 모두 소진해 버렸다. 주택 건설 속도가 너무 느린 뉴욕시를 포함한 대도시에 더 많은 아파트 건설을 허용하면 임대료를 낮추고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높은 임금을 위해 이사할 수 있다.


즉, 젊은이들이 움직이지 않는 현상은 고임금 도시의 주택 장벽으로 완전히 설명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자신이 자란 곳에 머물기를 원한다. 낯선 지역에서 새로 적응하는 어려움을 겪기보다 익숙하고 편한 고향 같은 마을이 안락함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대도시의 임대료가 갑자기 저렴해져도 움직이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주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이동 장벽을 세워서는 안 된다. 더 어려운 문제는 경제적으로 낙후한 어려운 지역에 살면서도 단순히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어떻게 경제적으로 나아지게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갈수록 지역의 오랜 산업 기반이 몰락하면서 거대 도시들이 흄물처럼 슬럼화되는 도시들이 늘어나고 있다.

러스트 밸트에 몰려 있는 도시들을 되살릴 수 있는 장소에 기반한 마땅한 경제 대책이 없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갈수록 완고해지는 고향 경계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들은 집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일단 움직이지 않는다. 연구 결과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지역에 맞는 고유한 산업을 창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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