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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교 기자

"도보접근성 개선해야 시 발전"

캐서린 리드 페어팩스 시장 후보 인터뷰


버지니아 페어팩스 시티의 시장직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후보가 있다.

바로 사회운동가 겸 시사 방송인 출신 캐서린 리드 후보다.


조지 메이슨 대학을 졸업하고 20년 이상 페어팩스 시티에서 세 아이를 키우며 살아온 그는 누구보다 시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고 시가 발전하는 방법을 주민들에게 제안하고 설득하고 싶다고 밝혔다. 선거를 앞두고 페어팩스 시티에 있는 라디오 워싱턴 사무실을 방문한 리드 후보를 인터뷰했다.


지역 상권 살리려면 패러다임 바꿔야

리드 후보는 페어팩스 시티의 발전 부진을 두고 부족한 도보 접근성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페어팩스 시티는 자동차 중심적인 도시 설계를 했다”며 “여길 지나는 차는 대부분 우리 시로 돈을 쓰러 오는 게 아니라 그대로 통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반대로 보행자, 자전거, 스쿠터에는 배타적으로 지었는데 이건 경제 발전과 직결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언제든 편리하게 주택가에서 다운타운으로 갈 수 있어야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리드 후보는 페어팩스 시티가 도시화되려면 대대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3마일 거리 마트로 장 보러 가는데 차를 타는 걸 당연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시 면적은 6제곱마일”이라며 “뉴욕 브루클린에서 그 정도 거리를 차 타고 다니겠느냐”고 물었다.


리드 후보는 “조지 메이슨 대학교는 내가 졸업한 이후 눈부시게 발전했다”며 “하지만 그것이 도시의 발전으로 이어지진 않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기숙사나 캠퍼스 근처 주택에 사는 메이슨 학생들이 지역 상권을 잘 방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보는 이것이 경기 부흥에 큰 걸림돌이라고 봤다.


다운타운에 갈 곳이 없으니 손님이 찾지 않고, 유동 인구가 적으니 신규 가게가 입점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걸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리드 후보는 “나는 10년 전에 청년층에게 인기가 높은 버스보이즈 앤 포에츠 술집의 지점 유치를 추진했지만 학생들이 다운타운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산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여기 점포를 내면 주말에만 손님이 조금 있는 게 아니라 매일 북적일 거라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드 후보는 고밀도 주택 건설에 대한 논의도 도보 접근성 문제와 결부돼 있다고 봤다. 그는 주민들에게 보다 다양한 주거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고밀도 주택이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드 후보는 “침실 4개 딸린 집에 혼자 사는 노인이 많다”며 “아이를 다 키웠고 배우자는 별세했는데 이사하긴 너무 비싼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사람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밀도 주택 주민들은 근처 다운타운에서 활발한 소비 활동을 하게 돼 있다고도 강조했다.


조지 메이슨 대학교의 학생 전용 아파트 플랫츠(Flats)도 다운타운 경기 부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밀도 주택이 들어서면 차가 더 많아지는 게 아니냐는 시민들의 우려 탓에 관련 프로젝트 추진이 막히곤 한다. 후보는 “고밀도 주택은 차 없이 살려는 사람을 위해 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시로 이사 오는 청년층은 대부분 도시 생활을 꿈꾸는 전문직”이라며 “도보나 자전거로 다운타운에 장 보러, 외식하러, 혹은 놀러 갈 수 있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리드 후보는 시장이 되면 인허가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지점을 고려해 미래지향적인 도시 계획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있는 것부터 잘 활용하자

리드 후보는 페어팩스 시가 돈이나 아이디어가 없는 게 아니라 “있는 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예로 CUE 버스의 홍보 부족을 꼽았다.

CUE 버스는 팬데믹이 닥치면서 무료로 전환돼 벌써 3년째 요금 없이 탈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적어 3년째 이용객이 특별히 증가하지 않았다는 게 후보 측의 주장이다. 리드 후보는 “방과 후 활동을 하고 부모님이 픽업 못 오는 아이, 운전을 못 하는데 마트나 약국에 가야 하는 노인은 안전하고 쾌적한 CUE 버스를 타면 된다”며 “정류소마다 안내문이라도 붙였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자는 게 아니라 있는 걸 제대로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CUE 버스에 관련해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봤다. 바로 정류소에 노선도가 붙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시에서 제공하는 앱을 통해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긴 하지만 앱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은 실정이다.


리드 후보는 “내가 있는 정류소에 어느 버스가 서는지 알 수가 없다”며 “정류소에 표시를 하는 것처럼 간단한 일을 생각 못해서 안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탄식했다.

그는 주민들이 근처에 어떤 가게가 있는지 모르는 것도 문제라고 봤다.

자신도 친구가 알려주지 않으면 새로운 음식점에 갈 일이 없다고도 털어놓기도 했다.


리드 후보는 “얼마 전에 만난 유권자에게 지역 상권에서 돈을 쓰고 싶지만 어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길 들었다”며 “각 가게의 위치와 메뉴, 역사까지 알려주는 사이트가 있으면 어떨까 싶다”고 밝혔다. 그는 “올드타운 스퀘어엔 노숙자가 몰려올까봐 공공 화장실이 설치돼 있지 않다”며 “주말이면 밴 다이크 공원에 수백 명이 나들이를 오는데 화장실이 없다”고 꼬집었다.


옆동네 페어팩스 카운티는 공립 공원에 화장실이 꼭 설치돼 있다.

리드 후보는 최근에도 자식들과 손주들과 함께 카운티의 버크 레이크 공원에서 온종일 놀다 올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 시도 관광객이 오게 하려면 공원, 상가에 공공 화장실을 지어야 한다”며 “내게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리드 후보는 학교 급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요즘엔 학교에서 음식을 조리하지 않고 기성품을 데워주고 있다며 걱정어린 표정을 지었다.


한인 커뮤니티와 관계

리드 후보는 예전부터 한인 커뮤니티와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우선 그는 한인 권익 단체 함께 센터와 오랫동안 협력했다.

리드 후보는 “함께 센터의 이름이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였을 때부터 같이 일했다”며 “지금도 함께 센터가 하는 일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함께 센터는 아시아계 커뮤니티의 영향력과 조직력을 기르고 미국 사회에서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 구성된 단체다.


리드 후보는 함께 센터가 공교육 역사 교과 과정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가르쳐지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금도 백인 중심적 역사관만 가르쳐야 한다며 비판적 인종론(CRT) 운운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시끄럽게 하지 않느냐”며 “이 나라에 철도를 중국계 노동자들이 깔았다는 사실, 2차 대전 때 일본계 미국인들이 수용소에 갇혔던 일 등을 학교에서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단 한 순간도 백인만의 나라였던 적이 없고, 처음부터 항상 다양한 문화권이 함께하는 나라였다”며 “역사를 기록하고 교육할 권한이 누구 손에 있는지에 따라 과거사 인식이 바뀌고, 그럼 미래도 바뀐다”고 강조했다. 리드 후보는 페어팩스 시 최초의 한국계 시의원 중 한 명인 임소정 의원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


2018년 임 의원이 처음으로 당선됐을 때 누구보다 열심히 선거 운동을 도왔기 때문이다. 리드 후보는 “출마하면 성심성의껏 돕겠다고 약속했었고 그대로 실천했다”며 “유세, 모금 행사 등에서 여성, 아시아계가 시의회에서 대표돼야 하기 때문에 임소정이 당선돼야 한다고 연설했다”고 술회했다.


당시 아시아계 유권자들은 정치에 열성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강했다. 매 선거마다 아시아계 투표율은 저조했고, 시 단위 선거는 말할 것도 없었다. 리드 후보는 “우리 시 인구의 19%가 아시아계인데, 유권자로 등록한 건 300명 정도였고 한 번이라도 시장 선거에 투표한 사람은 20명이 채 안 됐었다”고 토로했다.


아시아계 공동체를 일으켜야 한다고 결심한 두 사람은 한인 상점들을 돌면서 투표를 독려했다. 결국 그 해 임소정 의원을 포함해 2명의 한인이 시의회에 당선되는 쾌거를 이뤘다. 시의회 재적의원이 6명인데 3분의 1이 한인으로 채워진 것이다. 리드 후보는 “그 이후로 아시아계 투표율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사람들이 ‘내가 투표하면 정말 되는구나’ 라고 몸소 느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진전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발발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인종차별의 표적이 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되면 시의 얼굴로써 포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왜 캐서린 리드인가?

리드 후보는 여러 현안에 대한 깊은 이해와 다양한 인맥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현장에서 시민,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해 싸웠고, 시청을 문이 닳도록 들낙거렸다. 버지니아 평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악질 대금업자 퇴출에 힘썼고, 위법한 퇴거로부터 세입자를 도와주는 버지니아 빈곤 법률 지원 센터에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또 “좋은 사람이 공직을 맡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여러 유망한 지역 정치인의 선거 캠프에 참여해 당선을 도와 왔다.


리드 후보는 “우리 시의 커리큘럼, 학생 정책, 교사 채용은 모두 페어팩스 카운티가 정하도록 계약이 맺어져 있다”며 “카운티 교육위원회 위원은 모두 나와 관계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그 밖에 페어팩스, 라우든, 프린스 윌리엄, 알링턴 카운티의 자치위원장이 모두 선거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받았다며 “도움이 필요한 문제가 생기면 언제고 전화할 수 있고, 협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드 후보는 자신이 부족한 면에 있어선 언제나 경청하는 시장이 되겠다며 한인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주문했다. 그는 “교통 문제, 통역 서비스, 치안, 공교육 등 어느 분야든지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알려달라”며 “나는 귀 기울이고 배우겠다”고 말했다.


11월 8일 중간 선거와 함께 열리는 시장 선거에 투표하려면 10월 17일까지 유권자 등록을 마쳐야 한다. 유권자 등록 서류는 한국어로도 제공되며, 온라인 혹은 우편으로 접수할 수 있다. 투표소에서 언어 관련 서비스가 제공되진 않으나, 통역을 해줄 가족이나 친구를 데려오는 것은 허용된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는 사람은 향후 2년간 페어팩스시티의 시정을 책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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