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부족이 야기하는 문제들
- 최민기 기자
- 12시간 전
- 6분 분량

주택 보험 가입 불가능해 주택 거래 감소
이후 급격한 조정이 있을 가능성 높아
세계가 현재 겪고 있는 모든 문제 중에서 주택 문제는 공통적으로 해당된다. 코로나19에 의한 팬데믹을 거쳤고 경제 불안에 의한 저성장,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 재해, 보건과 의료 서비스의 악화, 국가 재정 불안정에 의한 부채 증가, 소득 격차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 결혼 감소와 출산율 저하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이런 장기적인 추세는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킨다.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을 더욱 악화시키는 한 가지 공통된 큰 요인이 바로 주택 부족이다.
특히,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에 주택이 너무 적게 지어지고 있어 문제는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한다면,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겉보기에 관련 없어 보이는 다른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의식주 가운데 주택 문제는 중요하고 기본적인 삶의 필수 요소다.
사람이 몰리기 때문 주택 가격 높아
어디에 살고 있는지는 삶의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어디에서 일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친구와 이웃은 누구인지, 자녀를 몇 명이나 언제 가질 수 있는지, 심지어 얼마나 자주 아플 지까지 영향을 받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귀중한 자산은 단연 자신의 집이다. 그리고 주택은 전체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자원‘인 사람의 위치와 지역별 인력 공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여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 많은 지역에서 새 주택 가격은 추가 주택 건설 비용을 훨씬 초과한다. 도시의 높은 소득은 사람들을 도시로 끌어들이고, 사람들은 인상된 임금의 일부를 임대료와 주택 가격에 사용한다. 대출 이자율이 낮아지고 다른 투자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대출이 용이해지고 모기지 이자율이 하락하면서 주택 가격도 상승했다. 선박이나 비행기처럼 매우 비싸고 내구재인 대부분의 상품의 경우, 소득 증가와 금리 하락은 가격을 영구적으로 높게 유지하는 대신 공급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수요가 많은 여러 도시와 그 주변 지역의 주택 공급은 주택 구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개발된 선진국 전체에 해당한다. 뉴욕, 서울, 싱가포르, 오클랜드, 파리, 밴쿠버, 로마, 홍콩, 바르셀로나, 모스크바, 케이프타운, 취리히 등 여러 도시에서는 추가 건설 비용에 비해 주택 가격이 엄청나게 높다. 특히 소프트웨어나 금융 서비스와 같은 무형 자본에 기반을 둔 경제가 형성된 지역에서는 주택 가격이 더욱 높다.
이런 산업 분야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가까이 있는 것이 특히 큰 이점을 제공하는데, 생산성과 혁신성을 모두 높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생산적인 지역으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이 가장 수요가 많은 지역 중 하나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수요와 더불어 주택 건설 제한으로 인해 이곳이 가장 비싼 지역 중 하나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주택 구매력 문제는 지난 40년 동안 훨씬 더 악화되었다. 이는 무형 경제의 성장, 즉 기계나 기타 물리적 자본 대신 소프트웨어와 지적 재산에 기반한 지식 기반 생산 방식으로의 전환과 맞물리며, 부분적으로는 이런 성장의 영향으로 발생했다. 1960년대에는 미국이나 영국의 중산층 외벌이 가정이 편안한 집을 살 여유가 있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특정 지역에 살고 싶어 하면, 그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주택을 짓거나 기존 주택 재고에 그들을 비집고 들어가게 해주고 그 사람들이 그 지역의 생활비를 올리게 만든다. 가장 수요가 많은 전세계 도시에서 이런 모든 메커니즘이 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런던의 경우, 빈집은 전체 주택의 몇 퍼센트에 불과하며, 빈집을 남겨두는 데 드는 비용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공산품은 저렴해지고 주택은 비싸져
주택 부족 현상의 가장 극적인 증거는 지난 40년간의 가격 상승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욕시 매트로 광역권 주택 가격은 1980년 이후 평균 706% 상승했다. 이는 소비자 물가보다 376%, 임금보다 326% 높은 수준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상승률은 932%이다. 같은 기간 런던 주택 가격은 2,100% 이상 상승했다. 이는 임금보다 약 1,500% 높은 수준이다.
호주 시드니의 주택 가격은 시간당 임금 상승률 480% 대비 1,450% 상승했다. 아일랜드의 경우, 특히 더블린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같은 기간 가격이 약 800% 상승했다. 임대료는 금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추세를 보이지만, 그 폭은 크지 않다.
이런 주택 가격은 동급 사양의 신축 주택 건설 비용의 약 두 배에서 네 배까지 다양하다. 건축 비용과 주택 가격 사이의 이런 차이는 신축 제한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지를 대략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대조적으로, 그 이후로 거의 모든 다른 가정용 제품은 더 좋아지고 저렴해졌다.
1975년과 비교했을 때, 미국 중위 근로자가 텔레비전을 사기 위해 일해야 하는 시간은 1975년 60시간에서 2013년 7시간으로 줄었다. 냉장고와 냉동고를 사는 데는 1975년 65시간에서 2013년 20시간으로 줄었다. 수동 런닝머신을 사는 데는 1975년 18시간에서 2013년 6시간으로 줄었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사는 데는 67시간에서 30시간으로 줄었다. 심지어 자동차조차도 평균 시급으로 일하는 시간 측면에서 1964년보다 세 배나 저렴해졌다. 그리고 이런 추정치 중 어느 것도 이런 제품 대부분이 1975년보다 얼마나 좋아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따라서 다른 내구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렴해졌지만 주택은 더 비싸졌다. 소득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부모 모두 대도시에서 괜찮은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람들은 살 만한 곳을 찾기 위해 도심을 벗어나 점점 더 먼 곳으로 이사해야 했고, 출퇴근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지출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비싼 주택 가격의 명백한 영향은 사람들이 집을 사거나 임대하는 데 많은 돈을 쓰고, 다른 지출에 쓸 돈이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특히 서구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와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주택 가격이 비싸져 다른 소비가 줄어든다는 것은 분명 균형적인 삶에 방해를 주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문제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현상
주택 부족이 비만, 출산율, 불평등, 기후 변화, 임금 상승 등 매우 다양한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어디에서나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 위기 이전의 주택 '거품'은 사실상 거품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연구가 있다. 사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가장 이주하고 싶어 하는 지역에 주택이 너무 적게 건설되었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합리적으로 상승한 것이지, 비이성적인 투기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로 인한 위기는 연준이 '거품을 터뜨리기' 위한 잘못된 시도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오진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본다. 이런 견해를 뒷받침하듯, 주택 가격은 현재 '거품' 정점 위로 다시 상승했고, 곧 하락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주택 부족이 코로나19를 악화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과밀은 코로나19를 포함한 질병을 유발하는데, 같은 집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서로에게 질병을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관과는 반대로, 인구 밀도가 높을수록 과밀 현상이 줄어들 수 있다. 왜냐하면 주택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직 확실히 말하기는 이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주택 공급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과밀 도시일수록 더 심각한 발병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최근 잡지에 실린 기사에서 주장하듯이, 많은 서구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문화적 전쟁조차도 주택 부족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영어권 국가의 선거는 도시와 교외 지역의 비교적 부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시민들과, 농촌 지역과 경제적으로 침체된 도시 등 시스템이 이미 부유한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조작되었다는 인식에 반감을 품은 나머지 지역 사람들로 점점 더 분열되고 있다. 주택 가격이 정체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각각 미국에서는 마가(MAGA),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이탈리아에서는 극우파인 국민전선에 투표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많은 젊은이들이 매력적인 문화가 있는 도시에서 살기 위해 가정을 꾸리는 것을 미뤄왔는데, 임대료와 생활비를 간신히 감당할 수 있는 저임금에 불안정한 일자리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기회가 제한적이고 성장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편,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낸 가격보다 몇 배나 비싼 주택에 앉아 제로섬 게임에 빠져 더 많은 주택을 지어야 한다는 필요성보다 자신의 지역 사회를 보호하는 것을 더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가 제공하는 것이 바로 노인들과 경제 시스템 자체인데, 젊은이들이 이를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모든 것에 해결책이 있다면, 제로섬 게임의 정치적 '줄다리기'를 통해 이를 얻을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서구 국가들은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수조 달러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잘 설계된 해결책은 이런 이익을 널리 분산시켜 모든 사람의 삶을 개선할 수 있으며, 현재 자신들을 더 악화시킬 기존 건설 계획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정치보다는 다른 곳에서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바로 각 지역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인구 밀도를 높이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급진적인 지역 민주주의다. 대다수가 선택하지 않은 곳에서는 어떤 건설도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인구 밀도 증가에 투표한 지역은 매우 가치 있는 것이 될 것이므로, 수요가 높은 지역의 주택 소유주들이 인구 밀도 증가에 투표할 큰 유인이 될 수 있다. 즉, 자신의 주택 가격이 더 올라가기를 원한다면 지역의 인구 유입을 통한 과밀화를 찬성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접근법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한다. 중요한 것은 주택 부족이 지금 시대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모든 사람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지적 파벌로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의 재앙적인 정치화는 그런 위험을 부각시켰다. 이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게임을 서로 윈-윈하는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바꾸는 창의적이고 눈에 띄지 않는 해결책이 더 나은 기회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줄다리기에서 줄을 옆으로 당기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놀라울 때가 많다.
인기있는 대도시는 모두 주택 부족으로 인한 주택 가격 급등과 주거비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만약 주택 부족이라는 이 문제 하나만 해결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집값을 낮추는 것은 물론, 사람들에게 더 나은 일자리, 더 나은 삶의 질, 더욱 결속력 있는 공동체, 더 큰 가족, 그리고 더 건강한 삶을 제공할 수 있다. 심지어 사회의 미래에 대해 낙관할 수 있는 새로운 근거를 제공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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