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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료보험은 왜 이럴까?

최민기 기자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

민간 의료 보험에서 공공의료 보험으로 바꿔야


미국은 고치기 어려운 의료보험제도를 본의 아니게 구축했다. 미국의 건강보험은 메디케어(Medicare), 메디케이드(Medicaid), 트라이케어(TriCare), ACA, CHIP, United Healthcare, BCBS와 같은 구별하기도 어려운 여러 브랜드와 약어의 집합체가 있다. 그것들을 나열하고 세부적으로 어떻게 다른 지 판단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대부분의 부유한 나라에서, 사람들은 12개의 다른 건강 보험들을 샅샅이 뒤지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들은 직장을 잃은 후 건강 관리를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살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미국인들이 하는 것보다 더 저렴하고 더 높은 품질의 치료를 받는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선진국 중 가장 취약한 보건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역설은 오랫동안 골치 아픈 정책 문제였고 쉬운 해결책이 없었다.


미국의 의료보험은 왜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것일까? 그것은 의도적인 계획이라기보다는 역사와 문화의 우연에 가까웠다. 오늘날 미국 체제는 충분히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훌륭하다는 말은 아니다. 더 나은 의료보험 체계를 만드는 것이 정치적 우선순위에 올라있지 않을 뿐이다.


미국 건강 보험의 작동 방식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미국의 건강보험은 1920년대에 의료계가 표준화되고 현대적인 병원이 건설되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일부 고용주는 근로자를 위한 특전으로 병원 기반 서비스에 대한 지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회사들은 건강이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는 대규모 직원 그룹을 두고 있었다. 이는 위험을 분산시키고 재정이 현대의 보험처럼 작동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 제도는 곧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국민건강보험을 포함시키려던 계획을 우회할 정도로 확고해졌다. 그러던 중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전쟁을 계속 움직이게 하기 위해 민간 부문 직원들에 대한 정부의 임금 통제가 이뤄졌다.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임금 인상을 제안하는 것이 금지되자, 기업들은 의료 혜택을 늘리기 시작했고, 정부는 이런 혜택에 대해 임금 통제와 세금을 면제하기로 합의했다.


1950년대에 이르러 고용주가 후원하는 보험이 수급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진보적인 노동조합은 정부에 면세 제도를 영구화할 것을 촉구했다.


의회는 이에 동의해 1954년에 회사 건강 보험에 대한 보조금을 연방법에 명시했다. 의료산업이 오늘날과 같은 괴물로 성장하고 있던 의사와 병원은 정부와 직접 일하기보다는 민간 보험사와 협력하는 데 익숙해졌다. 오늘날에도 이런 업무 기반 건강보험은 여전히 모든 미국인의 약 절반에게 혜택을 제공한다.


이 시스템은 단점이 있다. 고용주 기반 시스템의 문제점은 일을 하지 않거나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직업이 없기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소외된다는 것이다. 1965년 의회는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메디케어(Medicare)와 메디케이드(Medicaid)를 만들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장 큰 두 집단, 즉 노인과 빈곤층을 대상으로 했다.

이 확장 이후, 대부분의 미국인들을 포괄하는 시스템을 갖게 되었는데, 이는 사람들이 가진 것을 잃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개혁을 어렵게 만들었다.


사회화된 의료에 반대하는 의료업계의 이런 두려움은 리처드 닉슨과 빌 클린턴 대통령이 대부분의 미국인을 국민 보험 제도로 통합하려고 했던 의료 보험 개혁을 불가능하게 몰아넣었다.

소비주의와 사적 시장에 대한 신뢰와 같은 미국 문화의 특정 경향은 정부가 운영하는 건강보험 하에서는 손해를 볼 것이라고 대중을 설득하는 것을 더 쉽게 만들었다.


한편 미국 의료보험제도는 여전히 명백한 허점을 안고 있었다. 정책 입안자들은 현상 유지를 위협하는 대신 새로운 패치를 추가했다. CHIP은 1990년대에 승인되었고, 소득이 메디케이드를 받을 만큼 낮지 않은 노동 계급 가정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그들의 부모는 종종 전혀 보장받지 못한 채로 남겨졌다.


오바마케어(Obamacare)라고도 알려진 2010년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은 직장을 통해 건강보험을 받지 못했지만 메디케이드 수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보호함으로써 그 격차를 메우기 위해 고안되었다.


그러나 50년 동안 여섯 차례에 걸친 점진적인 건강보험 개혁에도 불구하고 미국인 12명 중 1명은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미국인들은 다른 선진국 사람들보다 비용 때문에 의료 서비스를 건너뛴다고 말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다른 국가들의 건강 보험

다른 나라들은 자국의 의료제도를 좀 더 신중히 구축했다. 제 2차 세계 대전 후 영국은 모든 시민에게 의료 보안을 확대해 국민 보건 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를 창설했고 다른 많은 유럽 정부들도 그 뒤를 따랐다. 반세기 후, 또 다른 부유한 섬나라 국가인 대만이 같은 선택을 했다. 수십 년간의 권위주의 통치 끝에 현대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한 대만은 분열되고 불공평한 의료 시스템을 폐기하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국가 보험 프로그램을 수립했다. 그것은 떠들썩한 군사 독재가 종식된 후의 연대 선언이었다.


모든 국가가 단일 정부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시스템은 여전히 미국보다 단순하고 전체 인구를 포괄한다. 2006년, 네덜란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2단계 보험제도를 민간 보험에 의존하는 보편적 보험으로 바꾸기로 결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오늘날 네덜란드의 무보험 비율은 1% 미만이다. 하지만 미국은 더 공정하고, 더 단순하고, 더 균일한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계속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와 거의 모든 유럽과 아시아 선진국들은 수십 년 전에 보건의료를 사회적 선으로 취급하기로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해 정치적으로 지배적인 합의에 도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미국 의료보험의 총체적 실패

건강 보험사들은 많은 조롱을 받아왔다. ACA가 생기기 전에는 고가의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험을 제공하기를 거부했다. ACA가 법으로 제정된 지금은 더 많은 제약을 받고 있지만, 환자의 보장을 거부하는 보험 플랜의 새로운 전술에 대한 새로운 보고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들은 심지어 AI를 사용해 이를 수행하고 있다. 유나이티드 헬스케어(UnitedHealthcare)는 최근 프로퍼블리카(ProPublica)의 폭로 대상이었고, 그 중에서도 유나이티드 헬스케어가 알고리즘을 사용해 정신 건강 서비스에 대한 청구를 거부하는 등의 사례를 제시했다. 방관하고 있는 제약회사들도 마찬가지다.


건강 보험사, PBM 그리고 병원에 대한 비판과 이런 기관이 의약품 상환 과정에서 돈을 훔치는 방법에 대한 비판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제약 회사들은 또한 새로운 치료법을 위한 연구 개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그들이 부과하는 높은 가격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과장하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 휴말로그(Humalog)와 같은 인기 의약품의 가격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특허법의 허점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한 압박을 받으면 회피한다. 보험과 제약 산업은 병원과 의사를 미국 의료 비용의 가장 큰 동인으로 꼽는 것이 옳다. 대부분의 의사는 매우 후한 보상을 받고 자신의 분야에 대한 진입이 제한되어 있어 의사 수가 줄어들고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환자당 비용이 더 많이 든다.


그러나 의료 서비스 제공자는 사전 승인과 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환자를 돌보는 데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뛰어넘어야 하는 기타 관료적 장애물과 같이 건강 보험사가 보장을 제한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배포하는 방식에 대해 자체적인 정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 미국 의사들은 다른 나라의 의사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행정 업무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한다.


의료 서비스 단순하게 만들어야

미국의 의료 서비스를 더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개혁의 숙제다. 2020년 민주당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여러 후보들이 "Medicare-for-all" 제안을 발표했는데, 이는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간소화된 건강 보험 시스템을 보고 싶어하는 최고 수위의 개혁 방식이다.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I-VT)이 처음 주창한 Medicare-for-all은 최소한의 본인 부담 비용으로 연방 정부 보험 플랜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의료보험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 바이든(Joe Biden)은 대신 반복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고, 캐멀라 해리스도 지금 같은 조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적극적인 개혁을 거부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와 같은 정부 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공공 옵션이 단일 지불자보다 더 실현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바이든은 이 정책을 내걸고 캠페인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책을 통과시키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그가 의료업계의 반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치적으로 위험한 건강보험 제안으로 자신의 다른 정책 우선순위를 위태롭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건전한 의료 시스템으로 가는 길은 미국인들의 자발적 보험 부여가 될 것이다. 공공옵션 지지자들은 정부가 민간보험사와 직접 경쟁할 수 있다면 이길 수 있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최근 3개 주가 자체적인 공개 옵션을 시행했기 때문에 곧 그 제안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기업이 제공하는 의료 보험을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의료 보험으로 바꾸어야 한다.


고용주들은 사람들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싸고 부담스러운 책임을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일부 회사는 계획을 철회하고 대신 ACA 시장에서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근로자에게 비용을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어쩌면 미국 의료보험의 결함은 결국 거의 모든 다른 국가들이 도달한 것과 같은 지점으로 이끌 수도 있다. 적어도 가까운 시일 내에는, 불필요하게 복잡한 시스템을 유지하고, 미미한 개선을 이루는 최선의 결과를 기대할 가능성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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